앞서 정부는 지난 4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해 피해영상물 신속 삭제 지원 등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는데, 업무 경험이 적은 신입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직원변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개소 이후 삭제지원 인력으로 채용된 인원은 56명이었다.
이중 퇴사자는 14명에 달했다. 2년 이상 근무한 인력은 20%를 밑돌았고, 57.1%는 1~3개월 이내 퇴사했다.
여성가족부가 디지털성범죄 삭제 사업을 매년 위탁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렵고 결국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퇴사자 중 상당수는 계약 만료로 센터를 관뒀다.
올해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되면서 26명이 새로 들어왔지만 이들 역시 4개월 뒤엔 계약이 만료돼 관둬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는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불법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게 주요 업무로, 사전 모니터링과 24시간 상담 업무가 뒤따른다. 센터가 신고를 받거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성범죄 촬영물을 찾아내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고, 방심위에 음란·선정성 정보 차단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설상가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지난 3년간 심의한 디지털성범죄는 6만8172건으로, 2018년 1만7486건, 2019년 2만5992건, 2020년 2만4694건(8월 기준)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중 단 148건(0.2%)만 삭제됐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나머지) 6만7791건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확인해서 접속차단 시정요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국내 이용자의 접속 차단이 이뤄진 것과 삭제는 다른 조치다.
성범죄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는 1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력 자체를 늘리면서 디지털성범죄 삭제 작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갖춘 전문가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범행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그 피해도 광범위해지면서 디지털성범죄 피해 방지 작업이 중요해졌지만, 이를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성은 담보되지 않고 있다. 영상 속 인물이 피해자와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경험이 쌓여야 하고 다크웹 등 기술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최소 1개월, 최대 11개월에 불과한 단기 계약 채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센터 인건비 예산 편성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삭제지원 인력을 확충하고 AI 기술과 크롤링(자동정보수집) 을 접목한 실시간 삭제·차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인숙 의원은 "디지털성범죄 유형이 다양화되고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삭제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