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 극복하라더니…스포츠산업융자 청년들엔 그림의 떡

올해 스포츠산업융자 신청 중 47.9%만 승인
부동산 담보 탓에 젊은 20대는 70%, 30대는 61%가 탈락
승인율 48%지만 승인금액은 31.6%…위험 낮은 저금액 위주로 승인
대출신청항목 제한적이고 절차도 복잡해 스포츠인들 '외면'
전용기 "담보대출 고집하면 도움 못줘…기준 완화해 쉼터 돼줘야"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스포츠 산업인들을 위해 마련된 스포츠산업융자가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청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여겨지고 있다.

담보를 설정하도록 한 대출심사기준 때문에 부동산 등 담보를 가지고 있기 어려운 20~30대 스포츠 산업인들의 경우 3분의 2 가량이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기준 스포츠산업융자 시행현황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모두 1636건의 대출이 신청됐으며, 이중 47.9%인 784건은 대출이 승인된 반면 52.1%인 852건은 거부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탈락률 차이가 크다.

20대는 전체 신청 건수가 60건으로 많지는 않지만 무려 70.0%에 달하는 42건이 탈락했다.

579건으로 신청 건수가 2번째로 많았던 30대의 경우도 61.3%인 355건이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30대 신청 건 중 62.1%가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탈락률은 신청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40대는 48.1%로 절반 이상이 승인을 받았으며, 50대 45.2%, 60대 35.0%, 70대 26.3%, 80대 33.3% 등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같은 연령대별 차이가 업체의 담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담보부대리대출인 스포츠산업융자의 특성상 자산의 담보력과 신용도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대출이 거절된다는 것이다.

융자가 실행된, 즉 대출이 승인된 건들의 담보 설정 비율을 보면 부동산 담보가 67.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동산보증서 3.6%와 부동산신용 10.6%를 합하면 부동산 관련 담보 비율은 81.4%로 높아진다.

이토록 심사 은행이 부동산 담보를 선호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사회 경력이 짧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기 어려운 20~30대의 젊은 스포츠 사업가들의 경우 대출 승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스포츠산업융자의 또 하나의 단점은 상대적으로 연체 위험이 낮은, 대출 금액이 적은 신청 건일 수록 승인되기 쉽다는 점이다.

승인이 이뤄진 건수는 전체의 47.9%이지만 융자 시행 금액은 총 신청액 3429억3200만원 중 1083억8900만원으로 31.6%에 불과했다.

△설비 △연구개발 △원자재구입 △시설설치 △시설개보수 등 다른 대출에 비해 신청할 수 있는 자금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절차가 복잡한 것도 스포츠 산업인들이 선뜻 스포츠산업융자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20대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관원이 줄어드는 바람에 야간 택배일을 하는 등 생활고가 컸다"며 "스포츠산업융자대출이 있다고 해 신청하려 했지만 담보가 있고 절차가 복잡해 무담보 소상공인 대출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유도장을 운영하는 30대 B씨도 "신청 절차를 진행하려다 신용보증재단의 다른 상품을 알아봤다"며 "스포츠산업융자라지만 스포츠 산업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회에는 융자 대상을 보다 넓히고, 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의 보증 지원을 통해 부동산 담보 제공이 어려운 영세업체에도 융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전용기 의원은 "코로나19 같이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스포츠산업융자가 담보대출만을 고집해서는 스포츠 산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며 "국회는 관련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물론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보다 완화된 심사 기준을 마련해 스포츠산업융자가 코로나로 지친 스포츠 산업인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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