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해 수표로 인출된 돈이 여러 음성적인 방법으로 현금화 돼 불법 로비에 쓰이거나 비자금으로 축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검찰이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을 기소하며 범행 기간으로 특정한 2018년 4월부터 올해 6월 사이, 옵티머스 펀드에서 1차 경유지를 거쳐 트러스트올로 흘러간 6천억원 규모의 자금 중 1030여억원이 수표로 인출됐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 투자금의 핵심 경유지이자, 로비 자금의 창구로 지목된 페이퍼컴퍼니로 이동열(구속기소) 옵티머스 이사가 대표를 맡았지만 실제 자금 운용은 옵티머스 김재현(구속기소) 대표 측이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러스트올로 흘러들어온 자금은 약 30차례에 걸쳐 거의 매달 수표로 인출됐으며 한 번에 최소 수억원, 최대 130억원이 빠져나갔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 모아놓고, 실제로는 그중 상당액을 수표로 바꿔 유용한 것이다.
현금 대신 추적이 수월한 수표로 투자금을 빼돌린 데에도 의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여러 세탁 과정을 거쳐 음지에서 돌던 돈을 처음으로 양지로 끌어올릴 때 수표를 발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계좌 이체나 송금 등의 방법으로 돈을 빼냈다면 받는 사람이 분명하게 특정되고, 현금으로 인출할 경우 그 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가 보고된다.
반면 수표는 거래 기록이 정확하게 남는 만큼 계좌에서 수표를 인출하거나 입금하는 건 보고 대상이 아니다. 이렇게 인출한 수표를 사채시장 등에서 섞는 등의 방식으로 용처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면, 금융당국의 추적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수표화를 택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금융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수표가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어가거나, 외국에 있는 업체나 개인을 거쳐 현금화 됐을 수 있다"며 "수표를 추적하는 작업이 의혹 규명에 있어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도 트러스트올에서 빠져나온 수표를 추적해 일부는 그 용처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18명 규모로 확대된 수사팀은 펀드 자금의 용처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