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일거리를 잃은 경륜선수들은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한국경륜선수협회는 이달 초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총괄본부 경륜선수지원팀 소속 A 과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공단은 그간 경륜선수들의 복지 차원에서 선수로 등록한 후 6개월이 지난 경륜선수들에게 일괄적으로 연금보험을 가입하도록 해왔다.
사건은 코로나19 사태로 경륜 경기가 전면 중단돼 경륜선수들의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시작됐다.
경륜 선수활동이 사회경력의 전부인 선수들은 택배, 배달 등 일용직과 아르바이트 구직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고, 특히 부양가족이 있는 선수들은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생활비가 부족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 행위가 공단의 내규 위반이라는 점이다.
공단은 지난 7월말 연금보험에 가입한 경륜선수 전체에게 '경륜선수 연금보험제도 운영지침 위반내용 및 조치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단은 경륜 선수 중 44명이 이미 납부한 보험료를 융자 등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연금보험제도 운영지침 제16조 제4항을 어겼다며 연금보험료 납부를 중지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 44명의 이름과 주민번호 앞자리, 증권번호, 보험계약일자와 최종납입회수, 약관대출금액, 중도인출금액, 인출회수 등을 어떠한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공문에 첨부했다.
연금보험을 신청하도록 한 신청서 겸 서약서에 '경륜선수연금보험제도 운영지침을 준수하고 아래 사항에 동의하며 이를 어길 경우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그 외에 어떠한 내용도 고지·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청서의 '아래 사항'은 △선수 등록기간 중 임의 중도해지 금지 및 지급정지 △보험료 납입사항에 관한 개인정보열람 △연금상품 선택(한화생명 1종) 란이 전부다.
이로 인해 경륜 선수들은 공단이 징계의 근거로 제시한 제16조 제4항은 물론 운영지침의 내용 중 어느 것도 알지 못한 채로 보험에 가입해왔고 계약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험 해지마저 불가능하도록 조치해, 이번 대출로 인해 보험금 혜택이 사실상 사라져 보험 유지의 실익이 없는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사비로 보험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이러한 공단의 행위는 위법성이 짙다.
공단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계자도 "보험약관과 공단의 운영지침에 차이가 분명히 있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공단에게 있다"며 "이번 사건이 인권 침해의 부분이 있고 공단에서 너무 안일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공단은 자신들이 보험을 부실하게 운영해 온 점은 무시한 채 이번 대출 사건을 선수들의 책임으로만 돌린 것도 모자라 명예까지 훼손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제도 개선은 물론, 코로나19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선수들의 생계를 보호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