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연설 메시지 대부분 경찰에 대한 칭찬과 격려…'차벽' 대처도 치하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연설 대부분을 경찰에 대한 격려와 칭찬으로 채웠다.
우선, 코로나19 재감염을 막기 위해 보수단체들의 집회에 대비해 차벽을 쌓아올린 것에 대해 '유연한 대처'였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위법한 집단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했다"며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며 코로나 재확산을 방지해 낸 경찰의 노고를 높이 치하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위헌 소지가 있는 차벽을 설치해 일각에서 과잉 대응 논란이 일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칭찬하며 경찰의 편에 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 특성상 극한직업이라는 말까지 듣지만, 우리 경찰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여러번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 자치경찰제 도입 등에 불만이 있는 것을 염두한 듯 문 대통령은 "(자치경찰제는) 75년을 이어온 경찰조직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국민과 현장 경찰관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고, 실제 운영에서 혼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변화와 도약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수용과 철저한 준비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수사본부 출범 기대감 표시, 검찰 언급 안해…檢 개혁 에둘러 촉구?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책임 수사' 임무가 막중해진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제 국가수사의 중추 역할을 담당할 '국가수사본부'의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수사경찰을 행정경찰과 분리해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며 책임수사와 민주적 통제를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정부는 경찰의 노고를 잊지 않고,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처우 개선도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경찰의 자체 개혁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칭찬을 이어간 것은 상대적으로 검찰 조직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데 대해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 장관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경찰 조직에 대한 칭찬은 현재 검찰 상황과 대비될 수 밖에 없다.
추 장관은 이날도 SNS에 글을 올려 윤 총장에게 '성찰과 사과'를 요구하고, 야당과 언론을 향해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윤 총장과 검찰 조직에 대한 저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찰이 힘을 실어 준 것은 지지부진한 검찰 개혁을 에둘러 촉구하는 의도로 읽힌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