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산재 사각지대'인 특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산재 적용제외 사유를 제한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택배기사 사망으로 산재 적용제외 재조명…해법 찾기 나선 정부·여당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올해에만 택배 노동자 10명이 연이어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 8일 숨진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 씨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해 관련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는데,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이 신청서가 대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악용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는 사업주가 '산재보험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강요해 적용제외를 신청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그 결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등록된 특고 종사자 약 50만 명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률은 약 17%에 불과하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택배업계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철저한 감독 및 점검과 함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21일부터 숨진 택배노동자들이 일했던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택배업체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勞 "산재 적용제외 신청 사유 제한만으로 불충분…법 개정 여부도 불안"
하지만 이러한 정부, 여당의 움직임에도 노동계의 반응은 아직 못 미덥다는 눈치다.
우선 과연 여당의 장담대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이번에 여당이 발의한 것과 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이 지난 18대 국회 시절부터 잇달아 제출됐지만, 그 때마다 경영계와 보수야당 등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불발에 그쳤다.
이번에 여당이 내놓은 개정안에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사유을 제한하는 수준에 머무른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질병이나 휴업 등의 사유를 열어두면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적용 제외 신청을 강요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라리 고위험 저소득 업종은 적용제외 신청을 아예 막고, 한시적으로라도 보험료를 경감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해법으로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사회보험료의 90%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지원사업'을 확대해 산재보험료를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아예 산재적용 대상서 소외된 특고는 어쩌나…'전속성 기준'도 개편해야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산재보험이 당연 적용되는 직종과 달리, 아예 산재보험이 적용되지도 않는 특고 노동자들이다.
지난 6일 소프트웨어 프리랜서까지 산재보험 대상에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되는 등 꾸준히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지만, 위의 통계처럼 여전히 전체 특고 노동자 중 십중팔구는 아예 산재보험 대상 자체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전속성'은 한 사람이 얼마나 '근로자'에 가까운지를 판단할 때 정부가 우선적으로 들여다 보는 요소를 뜻하는데, 보험료 산정 및 관리를 이유로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근무해야만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노동부는 퀵서비스기사·대리운전 기사에 대해서는 관련 고시를 통해 주로 하나의 사업자로부터 전체 소득의 과반 소득 또는 전체 업무시간의 과반을 채워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결국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책임있게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여당이 이번만큼은 책임지고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배업계만 주목해서 개선안이 나오는데, 다른 특고 노동자들의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며 "근본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정의규정을 개선해 특고에 산재보험을 특례로 적용하는 대신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전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