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입장에선 '강행 처리'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 제안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지연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하면서도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다만 입장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끝까지 순순히 내주진 않겠다는 야당
국민의힘은 20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출범 절차에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야당 권한을 뺏을 수 있도록 법을 고치겠다고 통보한 '데드라인'을 엿새 앞둔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정권을 겨냥한 수사 자체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 법이 만들어지기부터 거세게 반발해 왔다.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놓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공연히 밝혀왔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수정안을 내놓은 건 당장 176석 슈퍼여당의 길을 막아설 현실적 방안이 없기 때문.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가 소송 진행을 계속 이렇게 뭉개고 있으니 결국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며 "소수야당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공수처 검사의 직접 기소권, 경찰이나 검찰이 고위공직자 연관 사건을 인지했을 때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 불기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재정신청권을 각각 삭제했다. 모두 야당이 '독소 조항'이라고 꼬집었던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협상이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위험성을 최대한 홍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처장 추천위원을 끝내는 추천할 수밖에 없겠지만 순순히 내주진 않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고비마다 변칙제안…"또 지연 전략이냐"
민주당은 제 갈 길 간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끝내 협조를 거부하면 곧바로 개정안 심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협상의 고비마다 변칙 제안을 던지는 방식으로 논의를 지체하게 했던 현행 공수처 설치법 추진 과정, 즉 패스트트랙 국면과 지금의 상황이 닮아있다는 의구심이 깔려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물타기 이상은 아닌 것 같다"며 "문제점이 있다면 일단 공수처 출범으로 정상화부터 시킨 뒤에 여당이 낸 개정안과 병합해서 심사하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야당이 공수처 추천위원만 낸다면 약속대로 청와대 특별감찰관 지명, 북한인권재단 이사·특별대사 임명도 모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은 당장 야당 수정안과 각론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기소권이나 재정신청 문제는 일단 수사를 진행하면서 조목조목 따져보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