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인감·천공기까지 동원해 176건이나 서류 조작
이를테면 A건설사가 B공공기관의 공사를 해주고 공사대금을 받는데 이 자금을 '매출 채권'으로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옵티머스가 투자자들에게 말한대로 이 매출 채권에 투자를 한다고 했으면 하나은행에 이 매출 채권을 사라고 지시했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은행은 운용사 지시대로 한 뒤 이를 확인하는 서류 '매출 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발급해줘야 한다.
옵티머스가 판매사 등에 제시한 176건의 양수도 계약서에는 민간 건설사 4곳 STX, 동양, 정인, 호반 등의 인감과 하나은행의 천공이 들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가짜 양수도 계약서상 액수는 총 1조854억원이다. 호반건설 4,508억원, 동양건설 3,327억원, 정인건설 2,001억원, STX건설 1,018억원 등이다.
◇자산운용사 감시 해야할 사무관리사인 예결원 유명무실
자산운용업계 업무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판매사(은행, 증권 등) △수탁은행, △사무관리사 등으로 나뉜다. 예금과 대출, 보관까지 다 하는 은행과 달리, 펀드 운용 관계자들의 역할을 나눠 복잡하게 한 이유는 서로 감시를 하자는 차원에서다. 재산을 보관하는 수탁사를 은행으로 둬 운용사가 인출을 맘대로 못하게 하고, 사무관리사를 따로 둬 장부를 통해 조작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옵티머스 사례에 적용해보면, 건설사인 STX가 옵티머스에 매출 채권을 넘겼다면, STX는 건설을 해준 공공기관에 채권 양도 통지를 해줘야 한다. 돈을 펀드 자금으로 받았으니 나한테 줄 게 아니라 운용사에 돈을 주면 된다고 통지를 해줘야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운용사가 사모사채 인수 계약서를 보내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입력해달라고 요청할 때,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채고 그 공공기관에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기준가격 산정 등을 위해 자산운용사가 사무관리회사에 보낸 이메일을 보면 '사모사채 인수계약서'까지 같이 첨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사채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으로 자산명세서에 기입했다"며 "의심 한 번 하지 않고 바꿔준 예결원이 공공기관 타이틀을 달고 있을 자격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를 감시하기 위해 사무관리사를 뒀는데, 운용사가 느닷없이 회사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공매출 채권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의심해야 하는게 당연하다"면서 "매출 채권을 발행했다는 공공기관에 전화 한 통 하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무관리사의 주된 기능이 기준가 산정인데 이를 하기 위해선 자산과 부채를 확인해야 하므로 자산 명세를 확인해야 한다"며 "재산이 진짜 있는지 수탁은행에 확인부터 하는게 맞지, 운용사의 말대로만 했다는 건 관리의 소홀을 인정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