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국 민주화 운동 탄압하는 'K-물대포'

물대포차 동원해 시위대 진압 나선 태국 정부
해당 물대포차, 한국의 A사가 수출한 장비로 확인돼

(사진=Thai PBS 캡처)
태국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태국 정부가 시위대 진압에 쓰고 있는 물대포차가 한국산 장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폭력 촛불시위로 성숙한 민주국가란 찬사를 받은 한국이 태국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물대포차 수출국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태국 정부는 물대포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물대포에는 파란 색소가 섞였는데 이는 참가자를 색출해 체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AP통신은 밝혔다.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헌법 개정 및 군주제 개혁 등을 촉구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2월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의 강제 해산으로 촉발됐고, 현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7월부터 다시 불붙었다.

태국 시민들이 "태국 정부가 한국산 물대포 트럭으로 시위대를 탄압하고 있다"며 공유한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태국 정부가 시위대 진압에 사용하고 있는 물대포차는 한국의 A사가 수출한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물대포차를 주력으로 만드는 업체로 A사의 물대포차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A사는 해당 모델을 '치명적인 타격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폭동 제어 차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A사가 태국에 수출한 모델은 거품, 최루액, 페인트 등을 혼합해 물대포로 쏠 수 있으며 외부 공격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는 방탄 기능을 탑재했다.

A사가 물대포 트럭 등 시위 진압 장비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는 태국을 포함해 베트남, 파키스탄, 이란, 케냐 등 18개 국가에 달한다.

태국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찰이 한국에서 수입한 2700만 바트(약 9억 8천만 원) 짜리 트럭을 이용해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에 최루액을 섞은 물을 발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난폭한 대응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 (사진=자료사진)
한편 한국에서는 故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계기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이 사실상 금지됐다.

지난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직사살수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결국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살수차 사용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제시했다.

경찰청은 해당 권고안을 수용해 올해부터 집회현장에서의 살수차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 1월 7일부로 개정된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소요사태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는 경우 등에만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또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도록 살수차 사용 명령권자를 관할 지방경찰청장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태국 정부가 한국산 물대포차를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자료=유튜브 계정 'Golden Wood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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