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아기 20만원에"…미혼모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아기 20만원에 입양" 논란…미혼모 영아유기 문제 도마에
버려지는 아이들…미혼모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출생신고 강제한 개정 입양특례법…미혼모는 '막다른 길'
미혼모 영아유기 줄이려면? "차별 없이 행복한 양육할 권리 보장"

(그래픽=김성기 기자)
물품거래 앱 '당근마켓'에 아기를 20만 원에 입양 보내겠다고 글을 올린 20대 여성이 미혼모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혼모의 영아 유기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대 여성 A씨는 지난 16일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당근마켓에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 아빠가 현재 없는 상태로 아이를 낳은 후 미혼모센터에서 아기를 입양 보내는 절차 상담을 받게 돼 화가 났다. 그래서 해당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출산 사흘 뒤 도내 한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해당 게시글을 올렸다. A씨는 직업이 없는 상태로 출산했고, 아이 아빠와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미혼모센터에서 아기 입양 절차를 상담받던 중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이 오래 걸려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A씨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예정일보다 앞서 갑작스럽게 출산까지 한 상황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산후조리원을 퇴소하면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버려지는 아이들…미혼모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일각에서는 A씨의 극단적 행동이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미혼모의 영아유기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아유기 사건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에 신고된 영아유기 건수는 최근 3년(2015~2018) 사이 4배 이상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41건이던 영아유기 범죄가 2016년 109건, 2017년 168건, 2018년에는 183건까지 증가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도 급증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의 수는 2012년 79명 수준이었다가 2013년 252명, 2014년 280명, 2015년 278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 제17조에 근거해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기들도 영아유기로 보고 기아(棄兒)로 집계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는 영아유기 발생의 근본적 요인으로 △부모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출산(미성년 미혼모의 출산, 혼외 관계 하에서의 출산, 성폭행에 따른 출산 등) △출산 후 미혼모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경험하는 편견과 고립 △출산 후 양육 시 부모가 경험하는 경제적인 곤란 △입양의 어려움 △장애아의 출산으로 인해 부모가 경험하는 사회적 편견 및 경제적 곤란 등을 꼽았다.

주사랑공동체 측은 "유기의 대부분이 한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베이비박스를 찾는 이용자의 대부분이 여성인데, 이들은 임신 사실의 인지와 함께 남성으로부터 철저히 고립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임신, 출산, 양육 등 일련의 과정이 여성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임을 고려할 때 극도의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는 미혼모들이 출산과 양육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출생신고 강제한 개정 입양특례법…미혼모는 '막다른 길'

영아유기 건수의 증가가 2012년 8월에 시행된 개정 입양특례법과 관련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친부모의 출생등록 의무화, 입양숙려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 등을 골자로 한다.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 법은 역설적이게도 미혼모들을 낙태 또는 유기라는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다. 원치 않은 출산을 한 미혼모의 경우 기록이 남는 출생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주일간 친부모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입양숙려제도 처한 환경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8월부터 1년간 베이비박스를 찾은 미혼모들의 편지 191통을 분석한 결과, 전체 편지의 43%(81통)가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는 개정 입양특례법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유기하게 된 직접적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생신고가 어려운 가정도 상당히 많다"며 "산모가 10대 미혼모이거나 불법 외국인 노동자,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등일 때다.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에 앞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보호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했다. 선후관계가 바뀌다 보니 영아유기와 같은 가슴 아픈 일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영아유기라는 비극적 사건을 줄이기 위해 익명출산제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익명출산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자녀의 출생기록부에 친모의 가명만 기록한 뒤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친모의 신원은 철저히 보장된다. 미국, 프랑스, 체코 등에서도 산모에게 비밀 출산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께 한 중고 물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게시된 36주 된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글. (사진=연합뉴스)
◇미혼모 영아유기 줄이려면? "차별 없이 행복한 양육할 권리 보장"

미혼모 영아유기를 줄이기 위해선 미혼모의 양육 실태를 점검하고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취학 자녀를 둔 미혼모 10~40대 총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2018)'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모가 양육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재정적 어려움(34.3%)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월 평균 소득액은 92만 3천 원(월 평균 근로소득 45만 6천 원, 월 평균 복지급여액 37만 8천 원, 월 평균 기타소득 8만 9천 원)으로 자녀양육비와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기혼 여성의 경우 자녀양육비로만 월 평균 65만 8천 원을 지출한다.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한 미혼모는 61.6%, 소득이 전혀 없다는 응답도 10%에 달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양육 미혼모 응답자의 상당수는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를 들었으며(82.7%), 직장에서는 권고사직(27.9%), 학교에서는 자퇴(11.6%)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선 미혼부의 법적 책임 강화(50.7%)가 가장 필요하며, 아동 및 청소년기 교육(18.7%)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경애 사무총장은 "대다수 미혼모들은 양육과 직장,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일상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양육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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