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중도 폭넓은 지지층…'대권' 날개 단 이재명

가벼워진 대선 행보…거침없는 소신 발언 예고
"진보·보수·중도 아우르는 대권 후보 돼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법적 족쇄가 풀렸다. 16일 수원고등법원은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을 열고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 선고는 그동안의 여러 네거티브적 논란들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가 자신 있어 하는 정책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

◇가벼워진 대선 행보…거침없는 소신 발언 예고

이번 선고로 "재판이 끝난 만큼 모든 열정과 시간을 도정에 바치겠다"는 발언만큼이나 그의 대권 행보도 한껏 가벼워졌다.

실제로 지난 7월 실질적 면죄부를 받은 대법원 선고 이후 이 지사는 각종 쟁점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고, 더욱더 과감해졌다.

대법 선고가 있은 지 나흘 뒤부터 그의 소신 발언은 시작됐다.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이런 그의 발언은 민주당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원칙을 따르고 할 말은 한다'는 이 지사 특유의 '사이다'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켰다.

아파트 값 폭등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기본주택'이라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며, 준비된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역세권 장기공공임대주택 등 이른바 부동산정책 3종 세트는 경실련 등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전국민지급을 주장해 온 이 지사는 대선 경쟁자로 선별지급을 주장한 이낙연 대표와 대척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또 정부 여당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결정에 대해서도 '경제효과가 미흡하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자신의 역점 정책인 지역화폐를 두고 부정적 보고서를 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대해서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공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기본소득, 기본주택에 이어 장기저리대출보장제도인 기본대출 도입을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는 기재부 등 경제관료조직을 이른바 '모피아' 금융기득권으로 규정하고 '맞짱'이라도 뜰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금융기득권의 견고한 벽을 깨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국민들이 '깨야할 벽이 있었다'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진일보한 것"이라며 "길고 힘든 금융기득권과의 싸움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진보·보수·중도 아우르는 대권 후보 돼야…"

이 지사는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자신만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의견들을 개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그는 경기도지사의 위치를 넘어 대권 후보로서 대한민국 사회 전체적 이슈들에 대해 코멘트를 해오고 있다.

지난달 '공무원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반인륜적 살인 행위"라며 북측의 사과를 요구했고, 이달 초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요구한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향해서는 "일본 스가 총리가 방한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또 독일 베를린 시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소녀상 철거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지사가 지금까지처럼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내에서도 결국 대선 승리를 위해 지지층이 진보층으로 제한적인 이낙연 대표나 다른 친문 후보보다 보수와 중도층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이 지사를 선택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내 지지도가 이 대표 36%, 이 지사 31%로, 지난달까지 10%p까지 났던 차이가 절반인 5%p차로 줄어들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성공을 이끌고 기여했다는 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 운영에 있어 3자처럼 행동하지 않고, 당을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는 대선 주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당심을 잡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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