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내가 하면 자긍심 네가 하면 국뽕..지나친 민족주의"

'우리는 하나' 아닌 '우리는 최고'?
상대 존중하지 않는 지나친 민족주의
이제는 민족주의에 자본력까지 더해져
中, 구매력으로 민족주의 효능감 경험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현상
"과도한 민족주의, 고마해라 이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10월 16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강유정 (강남대 교수), 김만권 (정치철학자 박사)


◇ 정관용> 매주 금요일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짚어보는 강유정, 김만권의 시선 코너입니다.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 강유정> 안녕하세요. 김만권입니다.

◇ 정관용> 오늘의 제목이 문화가 민족주의를 만날 때라고 붙였습니다. 왜 이렇게 붙였는지 아시죠? 중국에서 BTS 비판한 거. 그 얘기 좀 누가 설명 좀 해 주세요.

◆ 김만권>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 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라는 곳에서요.

◇ 정관용> 이게 중요한 거예요. 이 상을 준 바로 그 주체가 바로 한미 친선협회 이거예요. 그렇죠?

◆ 김만권>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BTS가 수상했는데요. 그때 수상 소감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서 이게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 고난을 겪었고 그 희생을 기억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걸 두고 이제 중국 누리꾼들 그리고 또 중국의 일부 언론들. 환구시보 같은 언론들이 이게 중국 군인들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그 발언들이 웨이보 같은 데서 이제 검색 차트 3위까지 올라갔다 그러고요. 그리고 BTS가 모델로 활동하는 곳의 불매운동도 일어나고 그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미국의 뉴욕타임즈 같은 곳에서 중국 누리꾼들이 BTS의 악의없는 발언을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누리꾼들도 이게 차이나치 해시태그 운동 같은 게 벌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 정관용> 전 세계가 중국 누리꾼들을 비판했죠. 좀 잠잠해졌죠, 그래서 갑자기?

◆ 김만권> 갑자기 좀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데 미국에서 보니까 미국에서도 사실 또 성명을 냈더라고요, 미국 정부에서. 그래서 BTS가 이게 평화에 기여하는 그런 발언을 했는데 이걸 가지고 시비를 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성명이 나온 것 같아요.

◇ 정관용> 중국 네티즌들의 그런 어찌 보면 과도한 반응. 이것이 지나친 민족주의 아니냐 이러면서 이제 민족주의가 나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강 교수 어떻게 보세요?

◆ 강유정> 이게 그저 네티즌만의 일이었다면 이렇게 본격화되지는 않았겠죠. 그러나 환구시보라든가 이런. 이를테면 좀 굉장히 믿을 만한 신뢰도 있는 매체에서 중요한 사태로 다뤘다라는 게 더 큰 문제인 겁니다.

◇ 정관용> 며칠 동안 다루다가 갑자기 꼬리를 내렸어요.

◆ 강유정>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 잠깐 얘기했지만 한미동맹 이런 것을 좀 기존 배경으로 해서 주어진 상이라 보면 상을 받을 때 수상소감이라는 게 사실은 좀 외교적인 발언이고 어떻게 보자면 사교적 발언이 많다는 게 거의 정평이 나 있는 그런 기본적인 전제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상을 주는 쪽에 가서 중국 얘기를 하란 말이야라고 조금 황당한 상황이기는 한데 이게 왜 일반화되었느냐. 어떤 점에서 그 근거로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 중국의 아미들이 얼마나 많이 BTS를 구매하고 응원했는데 이를테면 이거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블랙컨슈머효과랑 비슷한 거죠. 내가 너희들을 이를테면 주요한 고객인데 VIP 고객의 의도와 반하는 것. 이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점에서는 그 중국 네티즌과 그럼 민족주의에 빠져 있는 당사자들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문화적인 요소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과하다라고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지금 꺼지기는 했지만 아예 사라지지 않은 문제는 분명합니다.

중국 누리꾼들의 BTS 비난에 대한 한국 매체 반응 보도한 환구시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렇죠. 어찌 보면 역사적 무지이기도 해요. 중국은 아마 교과서에서 북한이 우리를 남침했고 그래서 미국이 참전했고 중국이 참전하게 됐다는 과정을 잘 안 가르치나 봐요.

◆ 강유정> 그러니까 이 민족주의가 어찌 보면 자기 중심주의적 사관인 셈이죠. 되게 상대주의적이고 입체적인 시각 속에서 중국이라는 위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객관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그 객관화가 되레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이 너무 자기만의 논리에 빠져 있다라는 증거가 되어 버려서 이것도 참 아이러니한 사태죠.

◆ 김만권> 제가 볼 때는 이게 보니까 최근에 중국이 미국하고 막 무역분쟁 다양한 이게 분쟁이 있잖아요. 그 와중에 어떻게 보면 미국에 항거하는 그런 마음들. 그런 것들이 담겨서 미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사실 반발이 그렇게 튀어나왔다라는 생각도 조금은 들어요.

◆ 강유정> 게다가 또 사드 사태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먼저 굉장히 움찔했다라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부분이 사드 사태와 BTS의 이 발언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도.

◇ 정관용> 전혀 다르죠.

◆ 강유정> 너무 저는 이상한 거예요. 사드야 당연히 군사 관련 문제였고 정말로 전면적인 외교적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BTS는 아예 정치적 맥락과 떼어놓고 봐도 되는 문제를 억지로 끌고 와서 좀 말 그대로 등 억지를 부린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특히 BTS 발언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첫 고조된 반응이 나왔을 때 저는 저희 시사자키 방송에서도 중국, 아직 멀었어요.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 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과도한 민족주의입니다, 이렇게. 즉 민족주의는 긍정적으로 볼 요소가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도 존중하는 민족주의가 돼야 되는데 그것 없이 자기만 내세우는 민족주의는 문제 아닌가요?

◆ 김만권> 그렇죠. 원래 민족주의의 견고함 자체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것에서 나오는데 민족주의가 ‘우리가 최고다’가 되기 시작하면 그게 문제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게 왕왕 정치나 스포츠나 정치 이런 영역에서는 굉장히 불거지죠.

◆ 강유정> 스포츠야 어떤 점에서 축구가 현대의 완화된 전쟁 양상이라고까지 표현하지 않아요? 그리고 워낙에 대결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우리 가장 잘 알고 있는 일종의 돌아다니는 속담 중 하나가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바꾸지 않는다. 이런 말들인데. 이 민족주의의 그나마 좀 세련된 양식인 거죠.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 자산의 힘을 좀 더 강조하고 최고인 것처럼 만드는 것과 내가 어떤 점에서 힘을 발휘해서 다른 사람이 가진 문화적 자산을 좀 흔들어 보겠다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다르다는 거죠. 만약에 중국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 여러 가지를 얘기를 하는데 우리가 좀 잘못 건드렸을 때 그 부분에 화날때는 저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가령 마오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이런 부분은 우리가 잘 이해 못 했구나라고 반성을 좀 했어요. 이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겠고 중요한 건 중국 네티즌들이 구매력을 통해서 일종의 효능감과 타격감을 여러 번 맛봤다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불매운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집단적인 민족주의를 실질적인 효능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다행히 잘못된 타격감을 맛본 듯해서 얼른 패를 숨겼지만 충분히 구매력을 기반으로 해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언제든 재현할 수 있는 이런 현상이다라는 생각이 저는 들기는 해요.

◇ 정관용> 우리가 화내면 다 우리 말을 듣더라, 이런 식의.

◆ 강유정> 그러니까 자본의 논리죠. 우리가 굉장히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금권으로 일종의 불매를 한다거나 내지는 손절을 할 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될지 경제적으로 보복하겠다라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미 경제적인 전쟁 속에서 어떤 점에서 우리는 참 중간에 낀 역사가 이번에도 발휘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 김만권> 사실 이렇게 선생님께서 갑자기 축구 이야기를 꺼내주셔서 갑자기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떠오르는데요. 일본에 세이 요시아키라는 분이 스포츠 저널리스트인데요. 축구와 내셔널리즘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혐한 조류가 갑자기 확산되는 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문이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일본도 16강이라는 나쁜 성적을 거둔 게 아니었는데 그때 엄청나게 혐한 조류가 확산되어 나가는 게 한국이 자꾸 포르투갈, 이탈리아. 4강에 가니까 그걸 견디지 못했다는 거예요. 질투의 감정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본에서 혐한이 확산되는 계기였다고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보면 특히 스포츠에서 축구가 사실은 연고지 개념으로 시작된 거의 사상 처음, 첫 스포츠예요. 그러니까 이게 내가 고향을 대리해서 싸우는 첫 스포츠였던 거죠. 근대적으로 정립된 이후에 그렇게 이제 출발을 했기 때문에 실제 축구 자체가 되게 내셔널리즘과 소위 말해 민족주의와 많이 맞닿아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정관용> 유독 국가 간 경기를 해도 야구나 농구나 이런 것보다 축구는 훨씬 더 좀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한일전 (사진=이한형기자)

◆ 강유정> 그렇죠. 우리 국가대항전이라는 표현을 쓰죠. 그런데 또 중국이 최근에 이 문화적 점유를 넓힘으로써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이 상당히 큽니다. 아마 최근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됐던 대형 영화들을 보면 이거 중국 영화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이 중국인으로 이를테면 좀 차이나 워싱이라고 표현을 해야겠네요. 바뀌어 있다거나 굉장히 퍼시픽 림이라는 SF영화가 있는데 원래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배역이 중국인으로 다 바뀌어서 왜 그러느냐 영화의 주요 소비시장으로 중국이 뜨고 있기 때문에 영화 제작사가 중국 쪽 투자자와 제작사 입장을 많이 들어주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은 만족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좀 팬덤이 떨어지는 작품이 되었거든요. 인디펜던스데이라고 왜 미국 쪽 영화 있잖아요. 이 영화도 굉장히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서 색깔이 바뀔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요. 지금 뮬란조차도 어떤 점에서 전 세계인에게 외면받는데 중국인에게는 환호받는 작품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중국이 어떤 점에서 이제 정치적인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문화 자본에까지 중국색이라는 것을 굉장히 강인하게 새기는 작업을 이미 하고 있고 이번에는 저는 약간 시험대라고 보는 게 우리 작품이 아니라 남의 문화적인 상품에도 한번 실력 발휘를 해 보겠다고 조금은 시도를 해 본 사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 정관용> 아까부터 강 교수가 몇 번 지적한 것처럼 그게 강력한 자본의 힘으로 자꾸 관철되고 있다는 게 문제네요.

◆ 강유정> 그리고 중국 내수시장만으로도 중국 영화는 충분히 운용이 가능하고 외국 영화계들은 중국 시장이 외면하면 이제는 한번 맛본 그 자본의 결실을 놓칠 수가 없는 상황까지 간 겁니다. 그래서 잘 아시겠지만 뮬란 불매운동이 일어난 이유도 티벳 공화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얘기가 너무 많은데 그 부분을 넘어간다거나 소수민족 얘기는 다 깔아뭉개는 이런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렇게 PC, 다시 말해서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 영화들이 그렇게 끌려가는 게 참 자본의 힘밖에 없다는 게 참 아쉽죠.

◇ 정관용> 그럼 오늘 제목을 바꿔야 돼요. 이건 문화와 민족주의가 만날 때가 아니고 문화와 민족주의와 막대한 인구와 자본력이 만날 때.

◆ 강유정> 맞습니다.

◇ 정관용> 지금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네요, 중국에서.

◆ 강유정>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고 아마 체감하실 겁니다.

◇ 정관용> 그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못 막잖아요, 우리 힘으로.

◆ 강유정> 못 막지만 그래도 이번에 불매운동이 결국은 약간의 효과를 굉장히 발휘해서 그 영화가 상당히 손해를 봤어요. 그러니까 이제 이게 다른 쪽의 또 자본의 힘으로 영향을 미칠 듯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의 비위를 잘 맞춰주고 중국 내수시장만으로도 또 안 되는 영역이 있다라는 걸 조금씩 입증해가고 있는데요. 어떤 점에서 지금 아미가 전 세계적으로 3300만이라고 해요. 그중에 물론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인구 수가 상당하고 영향이 상당하겠지만 이번에도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좀 순진한 바람이지만 일종의 자전 작용이 남아 있기는 하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정관용> 중국 내 자정작용이 있다.

◆ 강유정> 아니요, 외부의 힘으로 중국의 힘을 누르는 거죠.

◆ 김만권> 사실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최근에 중국이 자본력을 이용해서 엄청나게 많은 영향력을 해외에 발휘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프리카 국가 같은 경우에는 중국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요. 에콰도르 같은 경우에는 중국에 빌린 돈이 너무 많아요. 이게 세계은행이나 이런 데서 다 빠졌을 때 이 에콰도르를 도와주러 들어간 국가가 중국이었거든요. 그리고 또 중국에서 돈을 엄청 빌렸는데 제가 수업에 에콰도르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학생이 뭐라고 그랬었냐 하면 갈라파고스를 내놓으라고 그럴까 봐 모든 에콰도르 사람들이 걱정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 강유정> 그 유명한 갈라파고스.

◆ 김만권> 그래서 실제 그 정도로 그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 중국이 자금력을 가지고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모든 곳에서 세계의 모든 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저는 중국이 사실은 제2의 미국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조금 듭니다.

◇ 정관용> 방금 제2의 미국 말씀하시니까 어찌 보면 미국 특히 또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먼저 그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자국 중심주의로.

(왼쪽부터)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 강유정 강남대 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캡쳐)

◆ 강유정> 그렇죠. 우리 여러 번 얘기했지만 어떤 점에서는 결국 극우주의겠죠. 유럽에서도 인종의 위계를 나누어서 뭔가 순혈주의 같은 게 이제서야 갑자기 더 강화되는 현상들을 볼 수 있겠고 엄밀히 말해서 좀 트럼프가 얘기하고 있는 일종의 거기는 민족주의가 불가능하니까 미국주의로 나갈 수밖에 없을 텐데. 또 한편으로는 민족주의가 우리가 지금 중국의 일종의 금권 얘기만 했지만 한국에서도 상당히 어떤 점에서 대중적인 환심을 얻고 대중적인 환호를 받는 데는 쓰이기도 합니다.

◇ 정관용> 특히 일본을 향해서.

◆ 강유정> 일본을 향해서 굉장히 많고요. 일본은 아니었습니다마는 과거에 기억나실 거예요. 심형래 감독이 디워를 만들었을 때 마지막쯤에 생뚱맞게 애국가가 나왔고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불만 어린 소리를 하면 배신자, 민족 배신자처럼 얘기가 되던 시절이 잠깐 있었고요. 그리고 국제시장 영화에 대해서 뭔가 좀 너무 한쪽 경제성장만 얘기하고 민주주의는 안 본 거 아니냐라고 얘기했을 때조차도 우리 경제를 살렸던 어떤 세대적인 목소리가 이거는 건전한 민족주의인데 왜 그렇게 싫어하냐라고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민족주의가 강렬한 감정이니까 굉장히 돈으로 환전되기 쉬운 감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들어요.

◆ 김만권> 사실 이렇게 모든 사람은 다 자기가 어떤 집단에 속해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를 바라거든요. 그런데 이제 근대라는 시대가 만들지면서 그 정체성을 준 가장 명확한 단위가 민족, 국가였죠. 그런데 민족과 국가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전쟁이 벌어지는 거죠, 그 안에서. 그래서 사실 이렇게 민족 개념을 얘기할 때 되게 유명한 베네딕트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이게 상상의 공동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상상의 공동체의 가장 문제는 뭐냐라고 하면 민족이 정말 견고하기도 하지만 이게 하나의 경계 내에서 하나의 주권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 우리가 그렇잖아요. 한반도 내에서 2개의 주권을 가진 2개의 국가가 존재하죠. 그러면 자기들끼리도 싸우게 만든다고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엄청나게 위험한 개념이기도 해요, 사실.

◇ 정관용> 어찌 보면 태어날 때부터 탑재되는 기본 사양이고 본능이잖아요, 민족주의라는 게. 그런데 나라의 힘이 또 구매력이나 자본력이 별로 이렇게 커지지 못하면 그 민족주의를 아무리 똘똘 뭉쳐도 전체 세계에 파괴력을 발휘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점점 나라의 힘이 세지는 몇몇 민족들에서 과도한 민족주의가 나타나면 세계 전체를 향해 파괴력을 발휘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우려되는 거죠?


◆ 강유정> 이번에 밴플리트상에서도 저는 이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나라 한국전에 참전한 국가가 중국, 미국만 있는 게 아닌데.

◇ 정관용> 16개 나라가 UN군으로 왔죠.

◆ 강유정> 그럼요. 가령 에티오피아라든가 잘 몰랐던 나라도 정말 많고 터키도 있고 필리핀도 있고. 여기 국가 사람들은 한 번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발언한 적이 없는 거예요. 왜 우리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언제나 16개국 중에 하나로만 얘기하고 왜 우리나라 이름은 얘기 안 해 줘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없다라는 거죠. 이 자체가 어떤 점에서 해도 된다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리고 소위 말하는 그게 좀 나쁜 의미의 민족주의로 발언되는 듯한데 한국전이 대리적인 상황도 분명히 있었습니다마는 분명 중국과 미국만의 싸움도 아니었다는 거죠.

◇ 정관용> 힘이 그러니까 문제네요, 이 대목에서는. 그렇죠?

◆ 김만권> 그런데 뭐 민족이라는 게 또 각 제국주의 시대 때는 자기들을 방어해내는, 약소국이 자기들을 방어해내는 기능도 했기 때문에.

◆ 강유정> 맞아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민족주의란 뭐다, 한마디로. 강유정 교수?

◆ 강유정> 저는 ‘네가 하면 국뽕, 내가 하면 자긍심’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 정관용> 정확한 표현이네요. 네가 하면 국뽕, 내가 하면 자긍심. 그런데 내가 하는 자긍심이 지나치면 또 그게 국뽕이죠.

◆ 강유정> 그게 또 폭력이 되죠.

◇ 정관용> 그렇죠. 김만권 박사는요?

◆ 김만권> 그냥 저는 ‘고마해라 이제’로 하고 싶습니다. 이제 고마, 이거로 충분하다.

◆ 강유정> 많이 했다.

◇ 정관용> 누구한테 하는 얘기예요?

◆ 김만권> 사실 모든 민족한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민족이라는 걸 내세우는 모든 사람들한테. 이제 민족 국가의 시대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는 이제 저물었다고 하는데 들여다보면 저물지도 않았거든요. 아직도 견고하고 아직도 이 세계화 시대도 단단한 경계를 가지고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민족인데 민족이라는 이 개념은 지나친 자부심이 우리가 선을 긋기가 되게 힘들어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게 제가 봤을 때는 그냥 이걸 너무 확장시키려고 하면 항상 사고가 나기 때문에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고마해라, 이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정관용> 객관적으로 우리나라가 이걸 가지고 세계를 괴롭힌 적은 별로 없으니까. 그렇죠? 아직까지는.

◆ 강유정> 그렇죠, 아직은 없습니다.

◇ 정관용>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 그리고 강유정 교수 두 분 수고하셨어요.

◆ 강유정> 감사합니다.

◆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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