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열전]美국방장관의 방위비 인상 압박…사드 기지에 쓰려고?

올해 SCM에서 3년만에 직접적으로 '사드' 언급돼
국방부 "오래된 시설 개선 위한 것, 일반환경영향평가 아냐"
시민단체 "사실상 정식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
에스퍼 美 국방 '방위비 압박'…소관사항도 아닌데 왜?
미 육군 예산안엔 성주 기지 '주둔국이 자금 댈 가능성' 언급
한국 정부 "부지는 우리가, 운영비는 미군이 대는 것이 원칙"
'보고 누락', '몰래몰래' 우려 없애려면 투명한 공개가 필요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관련 내용이 SCM 공동성명에 등장한 것은 3년만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토대로 국방부가 사드의 '몰래몰래' 정식 배치를 추진하거나 미국이 이를 방위비분담금과 연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국민들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줄 언급된 '사드'…軍 "일반환경영향평가 끝나기 전엔 정식 배치 아냐"
52차 SCM 공동성명 6번의 내용
(전략) 양 장관은 동 공약의 일환으로 성주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하였다. (하략)

The two leaders committed to make a long-term plan to establish the conditions for the stable stationing of the Terminal High-Altitude Area Defense(THAAD) battery at Camp Carroll as part of this commitment.
사드 관련 내용은 올해 SCM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기 전에는 2017년 49차 SCM에서 언급된 것이 마지막이다. 50차와 51차 SCM에서 '미사일 방어' 등으로 간접적으로 표현됐다고 해석할 수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사드'라는 명칭이 등장한 것은 오랜만이다.
49차 SCM 공동성명 6번의 내용
양 장관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 사드포대의 작전운용태세를 갖추도록 한 동맹의 결정을 평가하였다. 아울러 양 장관은 대한민국 국내법에 따라 관련 환경영향평가가 종결될 때까지는 사드 배치가 임시적임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THAAD의 군사적 효용성을 강조하였으며, THAAD 체계가 오직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The Minister and the Secretary highlighted the Alliance decision to operationalize the Terminal High-Altitude Area Defense(THAAD) battery to protect ROK citizens and U.S. Forces Korea(USFK) from the increasing North Korean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threats. The two reaffirmed that the deployment is provisional pending completion of the related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EIA), consistent with ROK domestic law. The Minister and the Secretary emphasized the military effectiveness of THAAD and reaffirmed that the system is aimed solely at defending against North Korean missile threats and would not be directed toward any third party nations.
이 내용과 관련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해당 기지가 오래돼서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장비 관련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포함됐다"며 "(사드 정식 배치 전에 이뤄져야 하는)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또다른 국방부 관계자도 16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종 배치는 일반환경영향평가에 따라 하는 것이고, 차후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며 "장병들의 생활 여건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 공사와 사드 배치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공사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고 설명했다. 정식 배치를 위해 마무리해야 하는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주민들과의 갈등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해당 기지의 숙소 시설 등은 2017년 사드가 임시 배치될 당시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급하게 만들어져 생활 환경이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SCM 공동성명의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이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당장 추가 배치 등의 뭔가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어 보인다"며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기지가 정식 배치되는데, 급히 배치하느라고 소수 병력을 먼저 보낸 데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민단체 등은 미군이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을 통합한 요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결과론적으로는 정식 배치와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16일 성명을 내고 "이런 상황에서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 등을 합의한 것은 사실상 사드를 정식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2017년 SCM에서 합의한 '사드 체계가 오직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는 내용도 빠졌다"고 주장했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무부 소관인데 국방장관이 시작부터 방위비 압박…사드 기지에 분담금 쓰려고?

올해 SCM에서는 모두발언에서부터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위비분담금 압박을 하고 나섰다. 그런데 방위비분담금이 사드와 연관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는 "(공동방위 비용)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된다"며 "우리는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합의에 이를 필요성에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본래 SMA 협상은 한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의 소관사항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SCM에선 논의되지도 않으며, 기본적인 원칙 정도를 공동성명에서 재확인하는 정도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은 올해 SCM에서 일체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2월에 미 의회에 제출된 국방부의 2021 회계연도 미 육군 예산안을 보면,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사드 기지에 쓰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예산안은 '성주 지역 전진작전기지 개발(Site Development Seongju Area, FOS)'이라는 항목으로 4900만 달러를 배정하면서 "주둔국이 자금을 댈 가능성이 다뤄져 왔고, 주둔국 프로그램의 자금이 이 요구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21 회계연도 미 육군 예산안 가운데 성주 기지를 다룬 내용의 일부
The possibility of Host Nation funding has been addressed. Funds from Host Nation programs are available to support this requirement.
한국이 미국에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은 크게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인건비, 군수지원비와 군사건설비까지 3가지로 구성된다. 이론적으로는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한국 정부가 사드 기지 공사 비용을 지원하는 일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 당시부터 현재까지 부지는 한국이 제공하되 운영비는 미국이 댄다는 기본 원칙을 계속 밝혀 왔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말바꾸기가 된다.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도 예상된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월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와 관련해서는 부지는 우리가 제공하고 운영비는 미국이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SMA 협상을 하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틀 내에서 한다는 입장을 갖고 협상을 해 왔다. 때문에 기존의 틀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보고 누락', '몰래몰래' 논란 일었던 사드…투명한 공개와 국민적 동의 필요

국방부가 이같은 의심을 사는 데에는 그간 사드 관련 작업이 번번이 '몰래몰래' 진행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국방부가 성주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힌 것은 2017년 4월 20일이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가 갑자기 성주에 배치되면서 이른바 '정권교체 전 알박기' 논란이 벌어졌다.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18일에 사드 배치에 대해 절차적 투명성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열흘 가량이 더 지난 5월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드 발사대 4기가 이미 국내에 반입됐다는 것을 보고받고 "충격적이다"고 까지 하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다음 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열고 "조사 진행 결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초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6기 발사대 반입, 모 캠프에 보관"이라고 명기돼 있었는데 최종 보고서에는 이 문구가 삭제돼 있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논란이 벌어지기 닷새 전인 5월 25일 업무보고에서도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속인 셈이 된다며 이른바 '보고 누락'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올해 5월 28일 밤부터 진행된 사드 기지 노후 장비 교체 작업 또한 사전 공지 없이 몰래 진행돼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국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서 고심 끝에 야간 수송을 진행했다"며 "반대 시위 등 현장 상황과 야간 고속도로 상황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감안해 볼 때 그 방안이 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드가 외교·군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많은 만큼 그 배치와 운용의 보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범국민적인 동의에 이르지는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SCM에 언급된 시설 개선 사업 또한 가능한 선에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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