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너나우리'·전국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 연합회 등 피해자단체 16개가 모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대표단 협의체는 16일 성명을 통해 "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위한 의지와 역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점과 피해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정이 전무했던 점에 대해 깊은 실망과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 12월로 마무리되는 사참위의 활동기한을 무조건적으로 연장하려는 시도에 대해 연장 반대 및 우려를 표명한다"며 사참위의 활동시한을 늘리기에 앞서 두 가지 선결조건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연장 후 활동계획에 대해 모든 피해자들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납득시킬 것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진상규명국 등 조직인사의 대대적 개편 등이다.
피해자 단체들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상 2년으로 명시된 사참위의 활동기간에 대해 방대한 조사대상을 감안하면 짧다고 인정하면서도, "굳은 의지와 사명감만 있었다면 분명 다양한 조사를 보다 집중적으로 해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그동안 사참위의 활동기간 내내 조사방향과 조사 필요사안들을 정리해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피해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소통과 진행상황의 공유를 요청했으나, 사참위는 이를 회피했고 피해자들의 정보 공유 요청을 조사방해 행위로 취급하는 등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등 참사해결을 위한 가장 중대한 과제들은 성과 없는 '피해자 찾기'라는 사참위만의 최우선순위로부터 밀려났고, 시간이 갈수록 사참위의 활동은 피해자들의 요구와 거리가 멀어져만 갔다"며 "활동 종료시점이 임박한 현재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모두 할 말조차 잃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참위가 그간의 잘못을 돌이켜 진정으로 참사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하며 무조건적 활동기한 연장을 거론하기 전에 두 가지 선결조건의 이행을 약속해줄 것, 만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빠른 시일 내 피해자들의 핵심 10개 요구안을 종합보고서 및 대통령 특별보고서 등에 충실히 반영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요청한 10가지 요구안은 △참사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사망자 일실손해금·중장기적 의료 지원 등 구제법 체제 변경 △특별검사 의결 △대통령 직속 가습기살균제 참사 특별대책기구 총리 직속 TF 설치 △여야 지도부 면담신청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수천만·수억대 연구용역 금지 △국가차원의 추모회 개최 등이다.
다만, 이들은 "사참위 활동기한의 무조건적 연장 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사참위 활동에 한정하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참위 활동기한의 연장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참위에서 활동 중인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도 "사참위는 활동기한 연장을 (직접) 주장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소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문제의식은 '신고된 피해자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데 왜 피해자를 더 찾느냐'인 것인데, 저희는 피해자도 더 찾고, 피해대책도 동시에 마련해 왔다"며 "절대다수의 피해자들을 찾지 못한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래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정부가 손 놓고 뒷짐 지고 있으니 사참위가 시범사업하듯 피해자 일부를 찾아보겠다 한 것이고, 이것도 진상규명의 중요한 일부라 판단했다. 피해자를 찾지 않고 방치한다면 이 또한 직무유기"라며 "신고되지 않은 피해자인 다수 소비자 입장은 (신고된 피해자들의) 입장과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참위가 참사 당사자들의 피해 구제뿐 아니라, 그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조직임을 강조했다.
최 소위원장은 "사참위는 피해자를 위해서도 활동하지만, 일반 소비자와 국민 다수를 위해서도 존재한다. 특히 제가 속한 1소위원회는 직접적인 피해자 배·보상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하나하나 따지는 곳"이라며 "사참위가 (이들의) 엄청난 잘못을 찾아내 고소·고발하거나 특검 사안이 나오면 '잘했다' 평가받겠지만 그리 쉽지 않다"고 밝혔다.
만약 국회에서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때 추가활동에 대한 세부내용을 고려해 보겠다고도 했다.
최 소위원장은 "(활동기한 연장에 대해) 우리가 직접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올해 말까지 하기로 했고, 부족해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며 "만약 국회에서 법적으로 활동을 더 하라고 한다면 그때 가서 (구체적 계획 등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 국민연대 등 세월호 유족 및 관련단체들은 지난 6일부터 △사참위 활동 연장 △사회적참사 진상규명법 개정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 등을 촉구하며 '4·16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 28개 도시를 순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