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면접조서 조작한 심사관…인권위 "법무부도 책임"

난민신청자 면접조서에 '돈 벌러 왔다'로 작성
인권위 "예단 갖고 객관적·중립적 심사 못해" 판단
'신속심사' 집행한 법무부도 책임…"방지책 마련"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난민전담공무원이 난민신청자의 면접 과정에서 조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해당 사건에는 '신속심사'를 도입하고 이를 집행한 법무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이집트와 수단 등에서 온 난민신청자 9명은 지난 2016년 '신속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면접 조사를 거쳤다. 신속심사는 심사가 장기화되는 문제와 난민신청이 체류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법무부가 2014년 11월부터 도입했다.


이들은 대부분 본국에서 정치적·종교적 소신 또는 전쟁으로 인한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에 왔다. 하지만 난민신청 면접과정에서 신청 사유가 단지 '돈을 벌 목적'으로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허위로 조서가 작성된 원인과 경위에 대한 조사 등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 A씨는 "저의 난민 인정 신청이 처음 거부당한 후 변호사가 면접조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줬다"며 "면접조서에 모두 거짓 정보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제 난민면접조서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절망감이 든다"며 "한국을 믿었다. 한국 같은 문명국은 수단과는 달리 저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줄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반면 난민담당공무원은 "허위로 작성했다는 주장을 하는 신청인이 발생해 굉장히 당황스럽다. 없는 사실을 허위로 기재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는 더 큰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요하는 일"이라며 "굳이 그럴 만한 이유도 없거니와, 난민심사를 하는 동안 면접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일은 결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공무원과 통역인들이 난민 면접과정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각각 다른 사유와 상황을 가졌음에도 대부분 '돈 벌러 왔다'는 틀에 박힌 문구가 공통적으로 나타난 점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은 난민신청 사유 또는 박해사실에 대해 충분히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 할 분위기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조서의 기재내용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하지 않은 말이 기재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그러면서 "난민전담공무원이 '경제적 이유로 난민 인정 신청을 남용한다'는 예단을 갖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심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사건의 배경에는 신속심사를 도입하고 집행한 법무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인권위에 "2015년 9월에는 신속심사 처리 비율을 10% 상향해 40% 수준을 유지하면서 심사절차를 간소화하고, 난민심사전담 TF를 운영하는 내용의 '난민심사 적체 해소방안'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다수 난민 신청이 접수되는 사무소에서 2016년에 심사한 현황에 따르면 5010건 중 신속심사로 분류된 건수는 3436건(68.6%)로 40%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집트 국적자의 난민신청은 94.4%가 신속심사로 분류돼 처리됐다.

게다가 법무부는 난민전담공무원 1명을 기준으로 월 15~25건의 난민심사를 처리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처리실적을 보고하도록 한 반면, 신속심사 담당 공무원에게는 월 40~44건을 처리목표로 설정했다. 만약 목표에 미달한 경우 경위서를 내도록 했고, 실제 담당 공무원이 경위서를 제출한 사례가 1건 있기도 했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이 받은 인권침해와 관련해 난민 면접과정을 직접 진행한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 등 개인의 일탈도 있었지만, 당시 신속심사를 도입한 난민심사 정책과 그 집행과정에 있어 법무부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에게 △법 개정을 통해 녹음·녹화 의무화 및 난민신청자에게 녹음·녹화 파일 등 생성자료의 열람과 복사 보장 △난민면접조서에 공무원 등의 이름 삭제 관행 시정 △난민심사 인력에 대한 훈련과정과 평가제도 마련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 방안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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