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과로사 유족 CJ대한통운 방문 "제발 밥 시간만이라도…"

지난 8일 배송중 과로사로 숨진 故김원종씨
유족 "밥 먹을 시간 없어…사람이 할 노릇인가"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길"…대책마련 호소

배송업무를 하다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 故김원종(48)씨 아버님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회사 측의 사죄와 재발방지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서민선 기자)
"아들이 죽은 전날 밤 9시 30분에 들어왔어요. 거기서 씻고 어쩌고 하면 11~12시는 돼요. 과일을 깎아 놨는데, 아들이 그릇을 치우려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냥 빨리 들어가' 했어요. 근데 아침에 밥 먹고 나가면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어제 9시 반에 들어왔는데 '아빠, 어제보다 더 늦을거야. 기다리지 말고 배고프면 밥 먹어'라고… 이게 사람이 할 노릇입니까.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이렇게 힘든 것은 처음 봤어."

지난 8일 배송업무를 하다가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 故김원종(48)씨 아버지 김모(80)씨는 14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김씨는 "제발 먹는 시간만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제발 (택배기사 과로사는)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CJ대한통운 본사 방문에 앞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당장나와 사과하라', 'CJ대한통운 처벌하라', '김원종을 살려내라' 등의 피켓을 들고 회사 측의 사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는 "올해만 들어서도 벌써 8명이 택배 작업 중에 돌아가셨다. 그 중에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면서 "회사 측은 고인에게 문상조차 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택배업계에서는 추석 특별수송 기간에 2천여명의 분류인력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숨진 김씨가 일했던 곳에는 분류작업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또 김씨는 생전에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박 공동대표는 "추석 특송기간에 2천명의 분류인력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故김원종 택배기사가 근무했던 지역에는 인력 추가 투입이 없었다"며 "재벌 택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있는데,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핵심 쟁점이 되면서 모두가 나서서 과로사를 예방하자고 하는 시점에 CJ대한통운에서는 고인의 영업소 택배기사들을 모아놓고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게 했다"면서 "앞에서는 택배기사들이 더이상 과로사 않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뒷구멍으로는 호박씨 까먹듯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사실상 강제로 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송업무를 하다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 故김원종(48)씨 아버님 김모(80)씨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오열하고 있다.(사진=서민선 기자)
아버지 김씨는 기자회견 내내 김원종씨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김씨는 "우리 아들 얼굴 한 번 보게 한 시간만 아프다가 가지 그랬냐"고 말하며 흐느끼다가 자리에 주저 앉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김씨와 박 공동대표는 CJ대한통운 부사장 등을 만나 약 20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회사 측에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와 '유족에게 응당한 보상', '응급조치 등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회사 측은 '10월 내에 또는 11월 초까지 시장과 고객 등에 공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소속 김원종씨는 지난 8일 배송 업무 도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뒤 사망했다. 평소에도 오전 6시 30분쯤 출근해 오후 9~10시에 퇴근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 온 김씨는 특히 물량이 쏟아진 추석 기간 주변에 '몸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해 왔다고 한다.

한편 대책위는 오는 17일 CJ대한통운 규탄 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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