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국감' 靑 행정관이 증인으로 채택 된 이유

국회 정무위, 이모 전 靑 행정관 23일 증인 채택
이 전 행정관 ①옵티머스 '키맨' 윤모 변호사 아내인 줄만 알았는데...
②옵티머스 주주 ③옵티머스 페이퍼컴퍼니 대주주 ④관련 기업 사외이사
공교롭게도 靑 재직 당시 증권 범죄 수사 약화되는 일 잇따라 발생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도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 정부 대통령민정수석실 전(前) 행정관이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인물로 손꼽히는 데다 공교롭게도 그가 청와대에 재직하는 동안 증권 관련 범죄 수사를 약화하는 일들이 이례적으로 잇따라 벌어져서다.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오는 23일 증인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14일 금융당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 사태 설계자이자 핵심 몸통으로 지목된 윤모 변호사의 아내,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지난해 10월 선임돼 올해 6월 사임했다. 행정관을 사임한 시점은 언론에 옵티머스 사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남편인 윤 변호사가 이 사건의 '키맨'으로 떠오른 직후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전 행정관은 키맨의 아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드러난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이 전 행정관은 키맨의 아내 그 이상으로 옵티머스 사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들어갈 때도 2018년 3월부터 보유하던 본인 명의의 옵티머스 지분 9.8%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주식회사 주주명부 2018년 3월 기준(사진=자료사진)
그러다 작년 말 또는 올해 초 이 주식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비서 S씨에게 넘겨 차명 주식 보유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함께 청와대에 오기 직전까지도 이 전 행정관은 무자본 M&A세력이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로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의 페이퍼컴퍼니로 지목된 '셉틸리온'의 대주주이기도 하다(이 전 행정관 지분 50%, 김재현 대표 부인 윤모씨 지분 50%). 이같은 일련의 기업들 관계도를 그려봤을 때 김재현 대표 부부, 윤 변호사와 이 전 행정관 부부 등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경제적 공동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놀라운 건 이 전 행정관이 근무한 곳이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이란 점이다. 민정수석실은 법률 문제를 보좌하고 반부패 업무를 행할 뿐 아니라 5대 사정기관인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당무 감사원장을 할 당시 이 전 행정관이 감사위원으로 재직했던 이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직원 감금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등 청와대·여권 핵심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 전 의원(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트위터 캡처)
이 때문에 옵티머스 사태의 연루자인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으면서 금융당국 조사에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교롭게도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재직할 당시 증권 관련 범죄 수사를 약화시키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첫 번째는 올해 2월 서울남부지검 산하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논의가 시작돼 결국 폐지된 일이다. 합수단 폐지를 포함한 검찰 직제개편은 올해 1월 21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당시는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펀드 사건을 한창 수사 중이었는데, 금융 조사 전문 인력은 기존 파견처로 흩어졌고 합수단이 맡던 범죄는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 등으로 재배당됐다.

같은 시기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을 감찰했다. 감찰 명분은 우리은행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과 관련 금감원이 업무 처리를 늦게 해 미심쩍은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한 징계 처리 결과는 공개되지도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유례없는 금감원 감찰이 이뤄진 배경에는 사건 관련자인 이 전 행정관이 민정수석실에 있으면서 금감원이 사모펀드를 조사하는데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부인했지만, 청와대 감찰 결과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해덕파워웨이 인수 도식도 (사진=윤창현 의원실 제공)
야권을 중심으로 이 전 행정관의 역할이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펀드 하자 치유 관련' 자료에서 등장하는 "정부·여당 관계자가 프로젝트(옵티머스) 수익자로 참여" 등의 의혹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윤석헌 원장은 이 문건에 대해 "진실성이 낮다"면서도 '문건이 그렇다면 모두 거짓이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문건을 100%로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검찰도 이 문건이 100% 사실이라고 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100% 거짓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시각이 교차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봤을 때 문건 작성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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