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13일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우원식, 박주민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빨리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운을 띄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의당 1호 법안으로 안전관리 소홀로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의당 1호 법안, 이번에는 통과될까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국민 고용·소득보험 △낙태죄 폐지를 제안했다.
이 대표도 "세 가지 모두 충분히 제안의 충정을 이해하고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용·산재보험과 관련해서도 점진적으로 가입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3일 "택배노동자는 전통적인 노사관계 또는 근로관계에 포함되지 않아 산재·고용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몸이 아파도 쉴 수 없고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며 "전 국민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정의당과 궤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지만 속사정은 좀더 복잡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같은 이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19대·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선 정의당의 정신적 지주인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반응도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 공정경제 3법·이해충돌방지법·공수처 설치법 개정안 등 사실상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법안들에 집중하려는 기색도 역력하다.
법사위 관계자는 "책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부터 정의당안에 문제가 많다"며 "도덕적으로 옳으니까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는 건 법 체계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를 준비 중인 우원식 의원은 관련 반론을 반영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우 의원 측은 "정의당안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소관 부처가 법무부로 가게 돼 있는데, 이 경우 경찰이 조사해야 하는지 근로감독관이 조사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라며 "산재는 산업안전법, 가습기살균제 같은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등 더 촘촘하게 사업주의 책임을 따져물을 수 있도록 패키지법안으로 개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는대로 발의를 마무리짓고, 법사위도 소위를 열어 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화답했지만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셈이다.
◇종교계 반발 불 보듯 뻔한데…민주당, 정의당과 낙태죄 폐지 앞장 설까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한 정부의 입법예고안 역시 민주당으로선 정의당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김 대표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 대해 "당내에서도 스펙트럼이 있다. 정의당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계시고, 또 종교 쪽의 생각을 좀 더 비중 있게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신다"라며 "당내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종교계와 반목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부가 왜 그렇게 입법예고안을 냈는지 모르지만,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한 만큼 낙태죄를 여전히 범죄로 규정한 입법예고안보다는 진일보한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