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동편 엘시티 앞 백사장. 고운 모래로 덮여 있어야 할 백사장이 수십m에 걸쳐 움푹 파였다. 검붉은 흙은 물론 굵은 자갈과 큰 돌멩이까지 그대로 드러나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모래가 밀려간 듯, 백사장 안쪽에는 경사가 생겨 있었다. 맞닿은 호안 도로와 연결 계단에도 하얀 모래가 쌓였고, 해수욕장 쪽 엘시티 건물 화단까지 모래에 뒤덮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부산지역에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2.5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해운대 역시 우동 관측지점 기준 순간 풍속이 초속 10.3m에 달했다. 하루 전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14.2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유독 엘시티 앞 백사장에서만 이런 모습이 연출됐을 뿐, 다른 지점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엘시티 등 고층 건물에서 강해지는 '빌딩풍' 에 의한 현상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왔다.
해운대구 주민 A씨는 "지난 주말 엘시티 앞에는 성인이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 때문에 백사장 모래도 바람에 휩쓸려 안쪽으로 밀려온 것 같다"며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엘시티 등 고층 건물에 부딪혀 더욱 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엘시티 앞 백사장에서 나타난 이상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일자 백사장 모래가 호안 도로까지 밀려와 미관을 물론 방문객 불편까지 야기한 바 있다. 또 해운대구 관측 결과 지난해 해수욕장 동편 백사장 폭은 2017년에 비해 30%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해운대구가 엘시티 주변에서 여러 차례 이상 현상이 나타났지만 '자연 현상'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는 해수욕장 동편 모래가 날아가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바람 방향이나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엘시티가 들어선 뒤 심해졌는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해운대해수욕장 동편은 바람이 강해 모래가 산책로까지 날아가는 경우가 있었다. 바람의 강도보다는 방향이나 유형에 따라 나타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며 "엘시티 조성 이후 이른바 '빌딩풍' 영향 때문인지는 보다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불편이 없도록 조속히 복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