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수면제까지 먹인다" 코로나블루가 삼킨 장애인 가족 ②항균필름이 덮어버린 시각장애인들의 '빛' 끝 |
그나마 활동보조 서비스를 통해 장도 보는 등 간간히 바깥일을 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외부 활동은 급격히 위축됐다. 비대면‧언택트 시대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구매도 별로 해본 적이 없어 수월치 않다.
그렇다고 혼자 나가는 건 더 어렵다. 그나마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유일한 길잡이가 되어줬던 점자 표시들이 항균필름으로 뒤덮여 밖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엉뚱한 층에 내리기 일쑤고, 벽에 설치된 손잡이는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 가까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더라도 출입명부 작성이라는 문턱이 김씨를 곤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수기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직원 도움을 받아야 해서 사람들이 많거나 바쁠 때는 부탁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김씨는 "장애로 원래 활동이 제한돼왔지만 전염병까지 돌면서 완전히 고립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남편이 온종일 안마 일을 하느라 주로 혼자 집에 갇혀 지내다시피 한다. 김씨는 "코로나가 터져 일하던 복지관 출근까지 어렵게 되면서 집에만 있으려니 우울하고 짜증만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각장애인 대부분 안마업 종사, 비대면에 타격 심각
"코로나로 안마를 기피하게 된 것 같아요. 매출이 반토막도 더 나면서 직원(시각장애인) 2명은 몇 개월째 부르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백씨 역시 정부가 지급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업소를 유지해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입은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지난 4월 받은 대출금도 이미 잔고가 바닥에 가깝게 됐다.
그는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기는 했지만 일회성에 그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며 "주민들에게 카드로 지급된 국가 재난지원금은 안마업이 사용처로 지정되지 않아 매출로 이어지지도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어 "빚더미가 너무 무겁고 무서울 정도"라며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에 삶에 빛을 잃어 처참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애인 위한 '재난지원·방역체계' 관건
그럼에도 정부의 2차 긴급재난지원 계획엔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소상공인지원이나 긴급생계지원 조건에 맞아야 지원금을 받는 수준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일자리의 경우 방역지침으로 출근을 못하게 될 시 70%를 지원한다지만, 기존 월급이 150만원 안팎에 그쳐 생계유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접촉 코로나 시대에 촉각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세심한 방역 체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한 선결 과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신체접촉이 필수인 안마로 먹고 사는 시각장애인들은 코로나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경제적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맞춤형 재난지원금이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시각장애인들의 고독과 소외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