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91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찰과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울산소방본부는 울산시 남구 달동 주상복합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9일 오후 2시50분쯤 완전 진화됐다고 밝혔다.
불은 전날 오후 11시7분쯤 시작됐다.
1시간30여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건물 외장재에 불씨가 남아 불특정 층에서 화염이 계속 치솟았다.
산발적으로 계속되던 화재는 초진이 이뤄진 13시간30여분 만에 사라졌다.
패널 속 충진재에서 불씨가 되살아났고, 고층에서 잔불이 이어졌다.
강한 바람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보탰다.
울산지역에는 8일 오전 7시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전에는 최대순간풍속 시속 30.2㎞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왕복 9차로 건너편에 있던 대형마트 옥상에 불이 붙기도 했다.
건물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큰 불이 났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주민들의 침착한 대피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하던 중 불길이 치솟자 신속히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주민들도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감싸고 침착하게 대피했다.
수백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지면서 건물 일대는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가족들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일부 주민들은 불길이 치솟는 건물을 바라보며 흐느끼기도 했다.
24층 주민 A씨는 "집으로 돌아와 보니 건물에 불길이 치솟고 있는 중이었고, 소방차 수십대가 출동해 있는 상태였다"며 "집 안에 아내와 딸, 아들이 있어 크게 걱정했지만 다행히 소방관과 33층에 대피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방당국이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물을 뿌렸지만 33층까지 닿기는 턱없이 모자랐다"며 "주상복합 건물이 많은 울산 상황을 고려해 장비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28층에 사는 주민 B씨는 "갑자기 삼산동 쪽이 암전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정전이라고 생각했는데 5분 정도 지나자 불길이 올라왔고 급하게 대피를 하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진화작업에는 소방대원 930여명을 포함해 모두 1천여명이 동원됐다.
울산에는 70m 이상의 고가 사다리차가 없어 부산, 대구 등 인근 시·도에서 고가 사다리차를 지원 받았다.
날이 밝자 소방헬기도 진화에 나섰다.
이번 불은 "12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연기가 난다"는 최초 신고로 미뤄 1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을 완전히 끄는 대로 발화 지점과 원인,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로 아파트를 나온 이재민 170여명은 울산시가 마련한 남구의 한 비즈니스호텔에서 머물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2층~지상 33층 규모로, 127가구와 상가가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