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8일 예비전력을 관리하는 업무 담당자를 뽑는 과정에서 '현역 근무경력'에 과도한 점수를 부여해 만기 전역하는 중령을 임기제 및 명예진급 중령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국방부 장관에게 '예비전력관리 업무담당자 선발규칙' 제15조 등 관련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비(非)만기전역 중령인 진정인 A씨는 군 당국이 예비군 지휘관 등을 선발할 때 응시자의 능력·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평등한 기회 없이 현역 근무경력에만 '가점'을 주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예비전력 관리 군무원과 직장예비군 지휘관은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아래 현역 군부대의 편성·작전에 필요한 동원을 위한 임무와 지휘·통솔을 맡는다는 점에서 현역 군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요구된다"며 "정년으로 전역한 중령은 임기제·명예진급한 중령보다 통상 6~7년 정도 더 군복무를 해 현역으로 근무한 경력이 길다"고 해명했다.
또한 "소령에서 중령으로 일반진급하는 비율이 지난 2018년 14.5%, 지난해 16%인 점을 고려할 때 정년 전역한 중령이 임기제·명예진급 중령보다 현역으로 근무한 성적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며, 평가 점수를 차등적용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같은 평가가 특정집단을 우대하는 고용상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인권위는 '사회적 신분'에 대해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뿐 아니라 고용형태나 근로형태 등과 같이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구조에서의 사회적 분류 개념을 포괄한다"며 "이 진정사건 역시 진급형태·유형에 따라 고용에서 차별취급을 하는 것이므로 이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예비전력 관리자의 선발시험은 '필기 40점'과 '현역복무실적 평가 60점'을 합산해 이뤄진다. 필기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무실적의 경우, 만기전역 중령과 비(非)만기전역 중령 사이 최대 '12.3점'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보직경로와 관련해 대대장 직위를 이수한 중령은 만점(2.5점)을 받지만, 임기제 진급 중령은 2.3점, 명예진급 중령과 예비역간부 진급 중령은 1.5점이 배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무경력에 따라서는 30년 정년을 꽉 채워 근무한 중령이 4.5점인 '만점'을 받는 데 비해 명예진급 중령과 예비역간부 진급 중령은 3.15점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국방부의 선발규칙은 그 입법 목적에 비해 비(非)만기전역 중령을 만기전역 중령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하고 있으며, 중복평가 등을 통해 그 불리함을 극복하기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진정인 등은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발 시 보직 및 복무경력 등을 중복적으로 고려해 장기 복무한 전역군인의 전문성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비(非)만기 전역자, 특히 만기전역이 아닌 중령(급) 업무를 수행한 응시자의 헌법상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이 더욱 크다고 판단된다"며 "이는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