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10월 7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유현준(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 정관용> 수요일에 마련한 코너 유현준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시간. 오늘은 현대 도시와 거리, 이런 제목을 붙여봤고요. 우리가 지금 오래된 전통 도시들을 가보면 참 옆의 건물도 거리도 하나같이 아름다운데 왜 현대도시들은 아름다운 도시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가, 이 점을 좀 이야기 듣고자 합니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유현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유 교수 보기에도 현대도시가 덜 아름다워요?
◆ 유현준> 네, 제가에도 보기에도 옛날에 만들어진 도시보다 특히 저는 세계 도시가 딱 양분되는 시점이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에 만들어진 도시냐 이전에 만들어진 도시냐로 크게 나누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만들어진 도시는 아무래도 좀 휴먼스케일로 돼 있고 작고 걷기 좋고 이런 공간이었다면 그 이후 만들어진 도시는 아무래도 자동차 중심의 도시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은 것 같고요. 그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방금 휴먼스케일이라고 했는데 그게 뭐예요?
◆ 유현준> 사람의 신체적인 어떤 사이즈가 있잖아요. 그거에 비교했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에 따라 키 차이나 체격 차이가 있지만 걸을 때 보폭이 한 50cm 된다든지 손을 들면 180몇까지 올라간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스케일이에 맞춰서 만들어진 공간이냐 아니냐를 비교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단위가 사람의 몸이 단위가 되는 거죠. 우리가 미터단위로 하면 1m가 단위 듯이 사람의 몸을 단위로 해서 재보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 그런 도시들은 다 사람의 힘으로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 그런 건가요?
◆ 유현준> 네,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가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건축이나 도시를 결정하는 많은 요소들은 사실 그 당시에 갖고 있었던 기술적 제약이라든지 아니면 우리가 물류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축 재료 같은 것들도 근처에 있던 것들로만 지어야 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유현준> 그런 제약들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다르게 이야기하면 조금 통일성으로 결론이 났던 것 같고요. 그리고 토목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자연의 지형들을 많이 바꾸지 않고서 건물을 짓다 보니까 형태들도 되게 다채롭고 다양하게 나오고.
◇ 정관용> 좀 예를 들어주시면 어떤 도시를 말하는 거죠?
◆ 유현준> 그리스의 산토리니 같은 데 그런 데 가면 우리가 모양들이 각기 다르면서도 그러면서 하얀색 회벽칠한 그런 통일감이 있거든요.
◇ 정관용> 그러면서 파란 지붕.
◆ 유현준> 파란 지붕이 있고. 그러니까 구할 수 있는 건축 자재가 사실은 거기 화산지대로 돼 있는 흙에서 만들어낸 걸로만 만들었고. 거기 무슨 크레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보니까 섬의 지형에 맞게끔 모양이 각기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
◇ 정관용> 섬의 지형이라서 어디는 절벽 위, 어디는 평야 어디는 능선쪽. 거기에 따라서 건물의 모양은 다르다는 거죠?
◆ 유현준> 모양은 다르게. 제가 생각할 때는 좀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형태는 조금 복잡한데 재료는 통일돼 있을 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 정관용> 형태와 재료. 그걸 가지고 몇 가지 유형으로 한번 구분해 주세요.
◆ 유현준> 예를 들어서 형태는 단순한데 X축, Y축으로 딱 나누면. X축이 형태고 Y축이 제로다. 그러면 4개의 사분면이 나눠지잖아요. 한쪽으로 형태는 단순하고 형태가 복잡한 것도 있고 재료가 단순한 것도 있고 재료가 복잡한 것도 있고. 그러면 예를 들어 형태는.
◇ 정관용> 둘 다 복잡한 것부터 해 봅시다.
◆ 유현준> 둘 다 복잡한 건 예를 들어 청담동의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있는 블링블링한 건물들이 많은데 그런 데들은 명품거리 이런 데는 정신이 좀 없죠. 모양도 각기 다르고 재료도 다르고.
◇ 정관용> 건물 모양도 다 다르고 재료도 다 다르고.
◆ 유현준> 그런 데는 약간 통일감이 없고. 왜냐하면 인간이.
◇ 정관용> 좀 정신 사납죠.
◆ 유현준>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게 있는데요. 그게 프랙탈 지수라는 게 있어요. 이게 1.4입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우리가 숲을 보면 대개 아름답다고 느끼죠. 숲은 보면 형태는 되게 복잡해요. 나뭇가지들의
◇ 정관용> 다 다르죠. 전체가 하나죠.
◆ 유현준> 그런데 그게 색깔로 보면 녹색과 브라운 색깔. 흑색깔 이런 몇 가지밖에 안 되죠. 그래서 그중에서 프랙탈 지수라는 게 1이면 아무런 규칙이, 규칙이 100%인 경우 하얀색 종이. 프렉탈 지수가 2면 완벽하게 우리가 선을 막 그리면 점점 복잡도가 올라가는 거거든요, 하얀종이에. 그러면 2가 거의 무질서의 극 그 중간쯤 어디. 약간 무질서한 정도.
◇ 정관용> 그 정도가 좋다.
◆ 유현준> 그 정도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데 재료도 복잡하고 형태도 복잡한 건 너무 복잡한 형태. 반대로 재료도 단순하고 형태가 단순한 건 또 너무 단순한.
◇ 정관용> 어디예요, 거기는.
◆ 유현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 정관용> 그렇지. 모양도 똑같고 형태도 똑같고 재료도.
◆ 유현준>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게 두 가지죠. 재료는 복잡한데 형태는 단순한 경우 그런 경우가 보통 논현동 뒷골목 건물들이 박스로 돼 있는 건물들이 쭉 있는데 어디는 유리로 된 건물이고 어디는 바로 옆에는 벽돌 건물이고 그 옆에는 어디 중국에서 수입해온 돌로 돈 건물이고. 그냥 각기 막 다른 재료로.
◇ 정관용> 재료는 다른데 건물 형태는 거의 4층, 5층짜리로 쭉 돼 있는.
◆ 유현준> 그렇죠.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산토리니라든지 토스카나 지방이나 유럽에 만들어진 많은 어떤 지방 도시들의 그런 것들은.
◇ 정관용> 재료는 단순한데 형태는 다양하다. 우리나라에 그런 데는 없어요?
◆ 유현준> 옛날에 만들어진 마을 같은 데 있죠. 옛날에 만들어진 오래된 그런 고택들이 있는 마을, 안동하회마을 같은 데. 그런 데들은 재료가
◇ 정관용> 단순하죠, 그런데 초가집도 기와집도 모양은 다 조금씩 다르고. 그 중의 좀 큰 집들도 조금 일부 있고.
◆ 유현준> 그러니까 로마 같은 데도 보면 돔이 있는 경우도 있고 작은 집이 있는 경우도 있고. 밸런스가 좋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제 재료와 형태의 측면에서 아무래도 과거 도시는 재료의 제약이 기본적으로 있다 보니까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는 거네요?
◆ 유현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렇다고 옛날 도시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이 없었던 거는 아니니까 또 교회나 이런 좀 대형 건물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나 재료는 거기서 거기. 이러다 보니 아름답다, 이해가 됩니다. 또 현대도시가 아름답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뭡니까?
◆ 유현준> 글쎄요, 많은 부분이 있겠지만 자연과 인간이 많이 분리된 것도 하나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현대도시의 어떻게 보면 큰 비전을 제시했던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가 있는데요. 그 건축가가 빛나는 도시라는 미래도시를 얘기를 하면서 큰 높은 건물들을 만들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띄우면 그 사이 공간을 녹지로 만들 수 있고 좋지 않냐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도시가 사실은 우리의 많은 도시의 모습이에요. 우리 서울도 마찬가지고. 차이점이 뭐냐 하면 거기서 코르뷔지에가 얘기했던 그 현재 도시들은 대부분 자연을 멀리서 바라보는 자연밖에 없고요. 가까이에 마당이라든지 골목길 같은 걸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자연은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복도는 있어요. 옛날 복도식 아파트를 보시면 우리가 이쪽 집에서 저쪽 집을 갈 때 이런 복도식 아파트는 복도를 통해서 집과 집을 연결하지만 과거에 우리가 골목길이 있었던 데는 집과 집은 골목길이 연결을 했죠 골목길과 복도의 차이는 뭐냐. 하늘이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차이예요. 골목은 하늘이 보이니까 자연이 바뀌는 변화를 느낄 수 있고. 그런데 복도는 형광등 불빛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끊임없이 계속 현대 도시들은 인간을 계속 실내공간에만 가두게 되고 그 안에서 대부분 다 생활하게끔 하면서 자연과 격리되는 그런 공간 구조를 만들어 왔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기본적으로 층이 낮아야 골목이 많이 발전하게 되고 골목이 또 만나다 보면 조금 큰 광장도 생기고 이런 게 아름다운것이다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도시의 인구가 몰려들고 집적화하면서 고층화는 불가피하잖아요.
◆ 유현준> 피하기 어렵죠.
◇ 정관용> 그러다 보니 일부 도시는 고층건물들이 만들어낸 멋진 스카이라인으로 전 세계의 칭송을 받기도 하잖아요. 그거는 어떻게 보세요?
◆ 유현준> 그거는 나름대로는 우리가 맨해튼하고 비교를 했을 때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대개 우리가 아름답다고 얘기를 합니다. 스카이라인이라고 하는 거가 사실은 되게 재미난 거예요. 인간의 노력과 어떻게 하면 자연이 줄다리기 하는 모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맨하탄이 독특했던 거는 그 이전에는 없었던 또 하나 제가 아까 자동차 이전과 이후로 도시가 나눠진다고 말씀드렸는데. 또 하나 기준점을 말씀을 드리면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이후에 만들어진 도시와 이전에 만들어진 도시가 달라요.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진 이후의 만들어진 새로운 도시의 대표적인 도시가 뉴욕이죠. 그러다보니까 철근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엘리베이터가 합쳐져서.
◇ 정관용> 100층 이상으로.
◆ 유현준> 엄청나게 높은. 그래서 삐죽삐죽한 건물들이 나왔는데 잘못하면 사실은 로마나 파리와 비교를 했을 때는 좀 삭막하고 그런 도시처럼 보일 수 있는데 나름대로 이 도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게 위로 올라가는 수직의 도시는 똑같지만 실제로 건물들 하나하나가 조금씩 디자인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허드슨 강에서 볼 수 있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하고 한강에서 보는 우리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비교를 해보시면 완전 다르죠. 그게 결국에는 똑같은 엘리베이터를 만든 고층 건물이지만 다양성이 어느 정도 되느냐의 차이죠.
◇ 정관용> 뉴욕 맨하탄의 그런 고층건물은 허가 과정에서부터 옆 건물과의 조화 이런 걸 고려합니까?
◆ 유현준> 되게 재미난 룰이 하나 있어요. 거기는 공중권이라는 것을 사고 팔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앞으로 땅이 있는데 이 땅에는 30층까지밖에 못 지어요. 그런데 30층까지 지을 수 있는데 내가 단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고 앞으로 29개 층을 앞으로도 안 지을 거다 그러면 이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권리를 옆 땅에 팔 수가 있어요. 그러면 그 권리만 사서 이 사람은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거죠. 오히려 높이제한이 없다는 게 그런 스카이라인이 나오게 된 배경인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바로 옆 건물, 옆 건물과의 조화를 고려 안 하면 또 이상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조화까지 고려한 허가과정은 없어요?
◆ 유현준> 맨하탄에는 제가 알기로는 거기까지는 없습니다.
◇ 정관용> 중국 상하이의 푸동거리. 이런 데는 그런 게 있나요.
◆ 유현준> 아니요.
◇ 정관용> 거기도 정말 아름답던데요. 다 최근에 지어진 전물인데 전부 이상하게 옆 건물하고 뭔가 이렇게 조화를 만든 것 같아요.
◆ 유현준> 제가 볼 때는 그게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 심의제도가 너무 심한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 정관용> 까다로워서?
◆ 유현준> 저도 건물 하나 짓기 위해서 심의를 받지만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잔소리를 하면 결국에는 회색지대로 모이는 거거든요. 이게 네모나게 설계하는 사람이 있고 세모나게 설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그걸 좀 놔둬야 하는데.
◆ 유현준> 그걸 세모나게 설계해서 가지고 가면 네모난 사람이 뭐라고 하고 네모나게 설계하면 세모난 사람이 뭐라 하고. 결국에는 최근에 제 케이스를 말씀드리면 그런 게 많아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럼 다 퇴짜 맞는다는 거죠 그러면 자꾸 모난 돌이 살아남지 못하고 자꾸 정을 맞아서 전부 뭉툭해지더라.
◆ 유현준> 그렇죠. 옛날에 했던 것들을 가지고 가고 허가를 내주는데 새로운 것을 가지고 가면 허가를 안 내주고.
◇ 정관용> 여러 의미에서 현대 도시는 참 아름답기가 어렵네요.
◆ 유현준> 어렵죠, 사실은 그런 면에 있어서는 약간의 규제도 풀어줄 필요도 있고 프로세스도 좀 약간 바꿀 필요가 있고 그런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도 고층건물이 고층건물끼리 어느 한 지역에 딱 모여 가지고 예를 들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도 워낙 넓은 땅에 인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부 펑퍼짐하고 낮지만 일정 구역만 높은 건물들을 전부 모아놨잖아요. 그런 건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데. 우리 나라 잠실의 롯데. 그건 도대체 뭐예요? 혼자서만 그렇게 삐쭉 서 있는 이런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 유현준> 저는 이상하게 보시는 분들 많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그런 애들도 좀 있어야 된다.
◇ 정관용> 그래도. 그럼 그 주변에는 앞으로 고층건물을 더 좀 집적시키겠다 이런 계획이라도 있어야죠. 그런 것도 없이 그냥.
◆ 유현준> 글쎄 그거는 도시계획하시는 분들 해결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아무튼 휴먼 스케일의 옛날 도시가 아름답고 고층과 되면서부터 자연과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스카이라인까지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데도 고층빌딩이 있는 도시 안에서도 좀 괜찮은 거리들이 있지 않습니까?
◆ 유현준> 있죠.
◇ 정관용> 그런 것에 좌우하는 변수는 뭐예요?
◆ 유현준> 저는 그게 이벤트 밀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이벤트 밀도, 그게 뭐예요?
◆ 유현준> 그러니까 우리가 행사하거나 하는 그런 식의 이벤트가 아니고 거리를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 예를 들어서 저는 이벤트 밀도라는 공식을 하나 만든 게 있는데. 그런 거리가 좋으냐 나쁘냐를 결정하는 요소가 저는 단위 길이당 가게 입구의 숫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 정관용> 단위길이당 가게 입구 숫자?
◆ 유현준>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100m당 가게 입구의 숫자가 몇 개냐 이걸 세는 겁니다. 100m 이내 가게가 다양하게 있는 거리가 있잖아요. 그러면 풍경이 계속 자주 바뀌죠. 마치 우리가 텔레비전 채널 숫자가 많은 거랑 비슷하죠. 나한테 선택권이 많이 주어지는 거죠. 그런 거리와 아무리 걸어도 변화가 안 느껴지는 나한테 선택권이 안 주어지는 거리가 있어요. 테헤란로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테헤란로는 100m을 걷는 동안 가게입구를 8개를 만나요. 그런데 홍대 앞 같은 데는 가게입구를 100m를 걸을 때는 34개 정도를 만나고요. 명동에 36개 만나고. 신사동가로수길도 36개 만납니다.
◇ 정관용> 명동이 제일 많군요. 테헤란로가 제일 적고. 테헤란로는 옆에 가게가 있죠.
◆ 유현준> 가끔 가다 있죠.
◇ 정관용> 강남의 큰 아파트단지.
◆ 유현준> 거기는 최악이죠.
◇ 정관용> 따라서 걸어가보세요. 2km을 걸어도 가게가 하나도 없어요.
◆ 유현준> 그것도 최악이에요, 제가 볼 때는. 상가를 한곳에 집중적으로 만든다는 거는 사실은 거리를 죽이는 거거든요. 거리는 사실은 가게와 이런 것들이 연도형으로 돼 있는 게 좋은 거예요.
◇ 정관용> 그런 아파트단지는 상가를 자기네 내부로 집어넣고 완전히 섬을 만든 거예요. 그 안에 들어가서 자기들끼리만 즐기겠다.
◆ 유현준> 캐슬이죠, 캐슬. 그런 것들이 사실은 거리를 위해서는 좀. 그런데 과거에 만들어진 아파트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구반포라든지 동부이촌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그런 연도형 가로가 있어요.
◇ 정관용> 아파트 1층을 거의 상가로 바깥 거리를 향해서 이렇게 해놓은 곳도 많잖아요.
◆ 유현준> 그게 사실은 여러 사람들이 걸으면서 공동체의 중심 스트리트가 되는 거거든요. 또 하나 좋은 건 그럴 때 그 거리를 걸으면서 옆동네까지 가게 되는 일이 생기는 거죠. 그래야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소통되고 같은 공동체가 되는 거죠.
◇ 정관용> 미국의 뉴욕 거리도 보면 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블록블록이 굉장히 짧고 가게가 많잖아요.
◆ 유현준> 뉴욕은 기본적으로 1층에 가게로 돼 있고요. 법 중에도 1층의 가게들은 투명한 유리를 쓰게끔 돼 있어요.
◇ 정관용> 법적으로?
◆ 유현준> 가게 안이 잘 들여다 보이게. 안 그러면 다 벽으로 해놓을 수 있고 썬텐을 바를 수 있잖아요. 투명하게 안이 보일 수 있게 해 주고 그게 뉴욕이 되게 삭막한 도시 같지만 실제로 블록 간의 거리를 보면 스트리트가 100m마다 하나씩 있거든요. 그러니까 몇 십 미터마다 하나씩 스트리트가 있기 때문에 그게 걸을 때 제가 알기로는 1:4라서 가로가 250m, 세로가 몇 십미터예요. 그러다 보면 걸을 때 1분마다 한 번씩 새로운 스트리트를 만나게 돼 있어요.
◇ 정관용> 건널목을 건너고.
◆ 유현준>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거죠.
◇ 정관용> 우리 강남은?
◆ 유현준> 강남은 보통 800m마다 하나씩 사거리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풍경의 변화가 별로 없게 되고 걸어갈 때 12분마다.
◇ 정관용> 그러다 보니까 강남은 걷는 사람이 없죠. 차타고 다니고. 뉴욕은 누구나 걸으려고 하는 거고 또 누구나 걷은 그런 도시는 아까 말씀하신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고 그런 데가 힙한 거리가 되는 거고.
◆ 유현준> 그리고 소셜믹스도 일어나는 거죠.
◇ 정관용> 우리가 이제 앞으로 고층빌딩 짓지 맙시다는 안 되니까 그럼 결국은 바로 그런 얼마나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느냐 여기가 관건이겠군요.
◆ 유현준> 그리고 1층 부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게 할 것이냐. 그런 것들이 되게 중요한 이슈죠.
◇ 정관용> 건물 지으시는 분들 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홍익대 유현준 교수,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