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을 '통째 격리' 이틀째…농번기에 '직격타'

정읍 양지마을, 전북서 첫 코호트 격리
시청 공무원들 방호복 입고 삼엄한 출입 통제
주민들 "접촉자 아니다"며 격리 해제 요구도
"수확 시기 놓치면 벼 떨어져 피해 커"
지난달 26일 결혼식 피로연 n차 감염 우려

7일 오전 정읍시 정우면의 양지마을. 시청 공무원이 방호복을 입고 마을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사진=자료사진)
추석 연휴가 끝나자 전북 정읍의 한 마을에서 가족 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도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마을 전체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격리 '이틀째', 가을걷이로 한창 바빠야 할 농번기에 농촌 마을은 멈춰서야만 했다.

7일 오전 정읍시 정우면의 양지마을. 시청 공무원이 방호복을 입고 마을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고 인기척이 드문 양지마을(사진=자료사진)
정읍시청 직원은 "위급환자나 생필품 전달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마을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주변 마을은 모두 벼 수확이 한창이었지만 양지마을 주민들은 논은 물론, 마당 앞의 작은 텃밭에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이따금 라면과 즉석 밥, 김, 참치, 카레 등 간편식을 전달하는 방역당국 직원을 제외하곤 마을 안쪽의 인기척은 드물었다.

방역당국 직원이 라면과 즉석 밥, 김, 참치, 카레 등 간편식을 양지마을 주민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자료사진)
마을 전체가 이동이 제한되자 한 주민은 집 울타리에 올라 격리를 풀어달라고 시청 직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접촉자가 아닌 사람은 활동하게 해달라"며 "개인 사업을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은 굶어 죽으라는 거냐"며 항의했다.

이어 "(사람이 많은) 도시 같으면 이렇게 막겠냐"며 "대책도 없이 작은 마을이라고 무작정 폐쇄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양지마을의 한 주민이 마을 전체가 이동이 제한되자 집 울타리에 올라 격리를 풀어달라고 시청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자료사진)
양지마을 옆에 있는 화천리의 원화천마을 주민들은 "농번기에 일하지 못하면 손해가 크다"고 말한다.

벼 수확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원화천마을 주민 A씨는 "지금 수확해서 탈곡하고 소매도 해야 하는데 때를 놓치면 벼가 떨어진다"며 긴 한 숨과 함께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옆 마을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아주 무섭다, 근처 농협에서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며 혹여나 있을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기도 했다.

양지마을 앞의 논. 논은 물론, 마당 앞의 작은 텃밭에서도 일손을 찾을 수 없었다.(사진=자료사진)
32가구 75명이 사는 양지마을은 지난 5일 30대 여성(전북 133번)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가족과 친인척 7명이 확진됐다. 지난 6일 오후까지 마을주민 4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또 추가 확진된 마을주민이 지난 9월 26일 집 앞마당에서 결혼 피로연을 열었고, 마을 주민 10여 명과 이웃 마을 20여 명, 타 시도 주민 10여 명 등이 참석해 n차 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양지마을의 역학조사가 명확해진 후에야 코호트 격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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