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개]'도로 위 암살자' 판스프링…왜 처벌 힘들었나

국토부, 판스프링 불법튜닝 단속강화안 발표
판스프링 관련 명확한 규정 없었어…단속 통계도 사실상 전무
단속 및 사고처리 과정 문제점 해소할 보완 작업도 절실

(사진=연합뉴스)
화물차 적재함 불법장치(판스프링)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이와 관련된 단속강화안을 발표했다. 운전자들은 이같은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게 방안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놨다.

국토부는 지난 5일 화물차 판스프링 불법튜닝 차량에 대해 경찰과 지자체의 단속을 강화하고 자동차 안전단속원을 활용한 단속 지원도 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밝혔다.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튜닝을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판스프링은 쇠 막대기 모양의 판이 겹쳐진 스프링으로 자동차 하부에서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적재함 지지대가 파손 또는 약화로 화물을 싣기 어려울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의 튜닝승인을 받아 보완할 수 있다.

튜닝승인은 지지대 탈부착식의 경우 불가하고 지지대의 한부분 이상을 용접해 붙여 부품의 낙하의 위험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화물차주는 튜닝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화물을 싣고 내릴 때 불편하다는 이유로 판스프링을 용접이 아닌 쉽게 빼고 걸 수 있도록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튜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고정되지 않은 판스프링이 운행 도중 충격으로 인해 빠지게 되면 뒤따르는 차량에 날아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도로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면 탄성으로 인해 공중으로 튀어 올라 다른 차량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도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와 제보사례가 상당수 게시돼있다. 한 변호사는 5일 판스프링 불법튜닝 화물차 제보 영상에서 "(판스프링 관련 공익제보가 들어오면)무겁게 처벌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불법개조(판스프링)화물차&과적화물차로 인한 사망사고를 이제는 모르는척 넘어가면 안됩니다"라고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현재 화물차의 불법튜닝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과적을 일삼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을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운행중인 화물트럭 중 불법개조를 안한 차량을 찾는 것이 보기 어렵다"며 "빠른시일내 법을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판스프링이 공중에서 날라오는 모습.(사진='한문철TV' 유튜브 영상 캡처)
◇왜 이제까지는 처벌이 힘들었나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는 수년간 지적됐던 문제였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미비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최근 5년간 고속도로 내 낙하물 사고는 총 217건으로, 이 가운데 판스프링 사고는 총 5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낙하물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2명 가운데 한 명이 판스프링 때문이었다. 그만큼 단순 낙하물보다 인명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셈이다.

불법튜닝은 형사처벌의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에게 단속권한이 있고 지자체에서도 단속을 할 수 있다. 경찰과 지자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안전단속원이 합동단속을 지원한다.

하지만 판스프링 불법튜닝과 관련된 단속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9 불법자동차 단속 업무 매뉴얼'에도 판스프링 불법튜닝과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3월에 '2019년도 안전단속 결과 현황'도 공개했지만, 판스프링 단속 관련 통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해당 지침을 최근 발표했고 관련 단속 통계는 앞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는 이유로 단속 역시 허술하게 진행된 데다, 사실상 알고도 방관했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렵다.

뒤늦게나마 처벌 제도가 마련됐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판스프링 충돌 사고시 해당 부품이 언제, 어디서, 어떤 차량에서 떨어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따른다. 때문에 처벌 수위 강화와 아울러 단속 및 사고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해소할 지침 보완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