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쉽네"
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2500안타 고지를 밟은 LG 트윈스의 레전드 박용택(41)이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건넨 첫 마디다.
박용택은 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KBO 리그 홈경기에서 2대2로 맞선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호쾌한 2루타를 때렸다.
박용택은 "올해 때린 타구 중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 같다. 우익수 키를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꿈꾸던, 이기는 승부에서의 중요한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용택이 프로 무대에서 때린 2500번째 안타는 팀 승리로 연결되는 끝내기 안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향한 바람에 1루주자가 머뭇거렸다. 2,3루 상황이 이어졌지만 LG는 기회를 놓쳤고 연장 12회 승부 끝에 2대3으로 졌다.
박용택은 "타석에서 항상 모든 기를 불어넣어 잘 치도록 노력했다. 이번처럼 기를 많이 불어넣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대기록을 세운 날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에 "야구 참 어렵다"고 말하며 웃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타자인 박용택은 2500안타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기록을 더 신경썼다.
박용택은 "최다안타를 기록하고 은퇴하게 될텐데 2497개나 2498개나 무슨 차이가 있나 생각했다"며 "그래도 주위에서 신경을 많이 썼을텐데 그 부분을 덜어드린 것 같다"며 웃었다.
박용택은 2002년 4월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기록한 데뷔 첫 안타가 2500안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투수는 그해 탈삼진 1위를 차지한 SK 와이번스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였다. 오른쪽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였다. 그때 공이 어떻게 왔고 어떻게 스윙했고 타구가 어떻게 날아갔는지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2500안타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팀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던 것처럼 박용택은 데뷔할 때부터 '팀 플레이어'였다.
박용택은 "첫 안타는 당시 LG의 19이닝 연속 무득점을 깨는 안타였다"며 웃었다.
박용택은 기록 달성 후 2루에서 두 손을 들고 선수들에게 인사했다. 화려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지만 박수와 함성을 보내줄 팬은 야구장에 없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박용택은 "(2루에 있는데) 삼성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다. 고마웠다"며 "팬 분들이 안 계셔서 세리머니도 못했다. 팬이 없으니 이상했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연장전이 시작되기 전 박용택은 그라운드에서 양팀 선수단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삼성에서는 김용달 타격코치가 직접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용달 코치는 2007년부터 3시즌동안 박용택과 한솥밥을 먹었다. 박용택은 자신의 타격 기술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은사라며 만약 꽃다발을 받게 된다면 김용달 코치에게 받고 싶다고 직접 부탁했다.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박용택의 기록 행진은 계속 된다. 앞으로 2경기를 더 뛰면 통산 2224경기에 출전하게 돼 은퇴한 정성훈(2223경기)을 제치고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쓴다.
박용택은 "2500안타보다는 최다경기 기록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정말 일 많이 했구나"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에 아직 한번도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어한다.
박용택은 "이제 정말 중요한 17경기가 남아있다. 야구를 19년째 하는데 올해처럼 순위싸움이 치열한 적이 없었다. 선수들이 긴장감 있는 상황을 즐거운 긴장감으로 받아들이고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