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은 6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나섰다. 지난달 13일 허벅지 부상으로 정규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한 최지만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 출전이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선발 등판한 상대 에이스 게릿 콜의 천적인 까닭이다. 최지만은 최근 2년 정규 시즌에서 콜에게 타율 6할6푼7리(12타수 8안타) 3홈런 3볼넷을 기록했다. 올해 최지만이 뽑아낸 3홈런 중 2개가 콜을 상대로 터뜨린 것이었다.
최지만은 기대에 부응했다. 1회말 2사 첫 타석에서 최지만은 일단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콜이 변화구 2개를 던진 뒤 승부구로 택한 속구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지만은 두 번째 타석에서 왜 자신이 콜의 천적인지 입증했다. 4회 무사 1루에서 역시 너클 커브 2개를 지켜본 최지만은 콜의 3구째를 놓치지 않았다. 시속 154km 복판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1 대 2로 뒤진 가운데 터진 역전 2점포였다. 특히 타구 속도가 175km나 될 정도로 힘이 실린 홈런이었다.
MLB 역대 최고액 투수인 콜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장면이었다. 콜은 지난 시즌 뒤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 달러(약 3840억 원)에 계약했다. 최지만의 올해 연봉은 85만 달러(약 10억 원)였다.
그러자 양키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결국 콜은 벤치의 지시로 2볼 상황에서 자동 고의 4구로 최지만을 걸렀다. 4 대 3, 불안한 1점 차 리드에서 콜이 최지만과 승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차라리 만루가 낫다는 것. 최지만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1루까지 걸어갔다. 그 사이 마운드의 콜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최지만을 받쳐주지 못했다. 후속 타자 매뉴얼 마르고가 콜에게 삼진을 당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앞서 5회초도 탬파베이 선발 블레이크 스넬은 솔로 홈런 2방을 맞고 최지만이 가져다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탬파베이는 3 대 4로 뒤진 9회초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만루 홈런을 내주는 등 5실점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양키스는 이날 홈런 4방 등으로 9 대 3 승리, 5전 3승제 시리즈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최지만은 콜을 완전히 무너뜨렸지만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최지만은 3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콜은 이날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에 승리 투수가 됐지만 5회 고의 4구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양키스는 에이스의 자존심을 잠시 누르는 대신 승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