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대했지" 억측에 무너지는 어린이집 교사…삶까지 포기

도 넘은 일부 보호자 인신공격·폭행에도 방어 수단 없어
세종에서 보육교사 극단 선택…충남에선 맘카페서 거짓말로 여론몰이
"언제든 내 이야기될 수 있어" 교사들 정신적 고통 호소

(사진=연합뉴스)
충분한 근거도 없이 일단 몰아붙이고 보는 학부모 등 보호자들의 아동학대 주장 앞에 어린이집 교사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손찌검이나 비인간적 인신공격에도 아무런 방어권 없이 노출되는 상황에 일부 교사들은 "언제든 나도 당할 수 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6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께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자신의 아이를 보내던 A(37)씨는 아이 학대 의심 정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아와 보육교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내 아이를 때리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며 교사를 손가락으로 찔러대거나 어깨를 잡아당겼다. A씨와 동행한 아이의 할머니(60)씨도 합세해 손바닥으로 교사 몸을 밀쳤다.

그러더니 "꼭 일진 같이 생겼다", "XXX 없는 이런 XX년", "웃는 것도 역겹다", "너 같은 XX 낳아서…"는 등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15분간 이어진 느닷없는 소란에 교사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낮잠에서 깬 원아가 이 모습을 보기도 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A씨 등은 교사를 고소했으나, 정작 검찰은 지난해 3월 "의심할 만한 정황이나 단서가 없는 데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학대가 없었다는 소견을 냈다"는 취지로 불기소처분했다.


A씨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등을 통해 아동학대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시청에 민원을 계속 제기하며 어린이집 운영에 어려움을 줬다.

A씨 가족에게 폭행 등 피해를 보고도 "근무하지 말아달라"고 어렵게 말을 꺼낸 원장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교사는 정신적 고통으로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 등 2명은 지난달 17일 벌금 2천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장을 냈다.

앞서 경기도 김포에선 2018년 10월께 원생 학대 의심을 받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때부터 해당 어린이집 이름이 김포 지역 인터넷 맘카페에 공개됐는데,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보육교사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점에 충남에서도 B(30)씨가 회원 수 합계 5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맘카페 2곳을 통해 '학대 정황' 아이 사진과 함께 교사 이름까지 공개했다가 명예훼손죄로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여론을 악용하려 한 B씨의 이 행위 때문에 피해자인 보육교사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일부 교사는 이런 상황을 언제든 자신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보였다.

어린이집이 민원이나 악의적 소문에 취약한 구조이다 보니 억울한 일이 생겨도 '약자'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 유성 한 공립어린이집 교사(35)는 "보호자들로부터 뭔가 메시지가 왔다는 원장 이야기를 들으면 잘못 한 게 없는데도 일단 가슴이 철렁한다"며 "아이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처라도 생기면 퇴근해서도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보육 중 마스크에 조금 묻은 아이들 색연필 자국을 보호자에게 지적받았을 때 울컥했다"고 전했다.

인천 지역 한 민간어린이집 교사(29)는 "어린이집 내 학대 뉴스가 워낙 파급력이 큰 탓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교사에 대해 색안경을 낀 일부 보호자들 말투에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고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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