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대위 세월호 발언 논란…"세력다툼? 선 넘었다"

지난달 18일 인터뷰에서 세월호 잠수부 지원 일화 공개
"미국 잠수팀 승인 필요했지만 자존심 문제로 입수 원치 않아"
바지선서 소방관 활동한 A씨 SNS로 '사실과 다르다' 문제 제기
"재논의 끝에 미국팀 특수장비 승인…세력다툼+자존심 문제 때문 아냐"
"현장서 바지선 철수 등 비상식적 요구…안 된다고 하니 떠났다"
당시 미국팀 1인당 일당 3천만원 조건…국내 민간 잠수부 30배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인기 유튜브 채널 '가짜사나이'의 이근 예비역 대위가 이번에는 세월호 발언으로 뒤늦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위는 지난달 18일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KOREA NOW'에 출연해 구조팀을 꾸려 세월호 민간 잠수부에 지원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제대한 후였는데 그 소식을 듣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국인 잠수부들에게 특수장비가 있었기 때문에 구조대를 구성했고 바다로 나가 남은 사망자들의 수습을 돕는 게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해경과 해군 사이에선 어떻게 구조해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됐고 그로 인해 전체를 보지 못했다. 목적은 사람을 구하거나 혹은 사망자를 찾아내는 거였는데 세력싸움이 일어나 버렸다"고 주장했다.


미국 잠수팀이 구조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인 잠수부들은 입수할 준비가 돼 있었고 오직 필요한 건 승인이었다. 하지만 자존심 문제로 사람들이 우리가 들어가질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세력다툼과 자존심 싸움에 미국 구조팀을 돌려보냈다며 해경과 해군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런데 당시 바지선에서 6개월간 소방관으로 활동했다고 밝힌 A씨는 이근 대위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A씨는 지난달 24일 SNS에 글을 올려 "나는 해경도, 군도, 민간인도 아니고 소방관으로 바지선에 6개월간 있었다. 이 일 때문에 장관 주재회의 가서 유가족분들에게 욕도 먹고, 우리 부대 출신이며 존경했던 전설이라는 분과도 다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대위가)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하면 그곳에서 나름 고생했던 분들을 다 자존심 싸움으로 치부하게 되고, 선을 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A씨 글에 따르면 이근 대위가 미국 구조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특수장비'는 재호흡기였다. 재호흡기는 수중에서 다이버가 호흡한 후 내뱉는 기체를 재사용해 주는 장비다. 잠수시간을 최대 6시간까지 늘려 수색이 가능하지만 경험이 없는 다이버가 사용하긴 까다롭고, 통신이 불가능해 한 사람이 수색과 인양을 동시에 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재호흡기는 이 대위 주장과 달리 미국만의 특수장비가 아니라 중앙119구조본부에도 있었고, 국내 민간 잠수부 중에서도 이를 잘 다루는 전문가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미 당시 구조 현장에서는 재호흡기가 기존 표면공급잠수 장비보다 구조 효율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판단 아래 원래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 구조팀의 요청으로 재논의가 이뤄졌다.

A씨는 "해군과 해경, 민간잠수부 등 재호흡기 관련 전문가들이 회의해서 결국 승인해줬다"면서 "실종자 가족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이하 범대본)와 장비기술 TF팀 수색 자문위원들이 참석해 재호흡기 구조작업을 이틀간 지켜보고 만약 표면공급 잠수장비보다 낫다고 판단되면 계속해서 재호흡기 잠수팀을 투입할지를 결정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력다툼이나 자존심 문제로 승인을 안 해준 게 아닌데 그런 표현을 했단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사실 관계를 지적했다.

결국 재호흡기 승인에도 바지선 철수 등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구조팀의 잠수는 불발로 돌아갔다.

A씨는 "미국팀에게 승인해 줬지만 막상 현장에 와서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 바지선을 철수해 달라는 등 상식 밖의 얘기를 했다. 바지선을 철수하고 다시 안착하면서까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 내는 게 우리의 임무였다. 범대본과 해경에서 힘들다고 하니 잠수를 하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이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단순히 이 대위에게 흠집을 내기 위함이 아닌 차디찬 맹골수도에서 고생하신 많은 분의 노력이 폄하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씨 주장을 포함해, 미국 구조팀의 철수가 해군과 해경 사이 세력싸움보다 활동비와 바지선 문제였다는 사실은 이미 방송사 뉴스를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7월 JTBC가 보도한 '미국 잠수팀 일당 3천만 원? 당국 허술한 일처리 논란' 기사를 보면 미국 구조팀이 당국에 1인당 일당 3천만 원을 요구했지만 범대본 등은 미국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이 계약조건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조팀 소속 조셉 디투리는 "이번 잠수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한국으로 날아왔지만 한국 구조 당국은 다이빙을 하기 전엔 어떠한 활동비도 못 주겠다고 했다. 저희는 그건 부당하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부가 세월호 구조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에게 일당 98만 원씩 지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30배에 달하는 인건비였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달 주요 신문들이 보도한 '세월호 수중재호흡기 잠수방식 도입 무산' 관련 기사에는 재호흡기 승인에도 미국 구조팀이 현장을 떠난 이유가 자세히 나와 있다. A씨가 주장한 것과 똑같은 내용이다.

당초 계약을 주도한 범대본 자문위원 B씨가 자비로 먼저 3천만 원을 지급했고, 당국도 재호흡기 검증작업을 거친 후 세월호 수색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검증 잠수 현장에서 미국 구조팀이 "침몰지점 해상에 정박한 바지선 탓에 잠수사 안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바지선이 없는 상태에서만 잠수할 수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당국은 "수중 재호흡기 잠수를 보조 수단으로 병행할 예정인 현 상황에서 바지선을 철수해 달라는 미국 잠수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고,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미국 구조팀은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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