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8시 29분께 광주 동구 계림동 한 빌라 3층 집에서 발생한 화재를 119상황실에 신고한 사람은 이웃 주택에 사는 20대 주민 A씨와 그 가족 2명이었다.
A씨 가족은 바로 옆 빌라 건물의 3층에서 시꺼먼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하고 재빠르게 신고 전화를 걸었다.
소방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A씨는 3층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 위에 가까스로 걸터앉아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던 또래 여성을 발견했다.
A씨는 곧바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이불, 방석 등을 챙겨 나왔고 실외기 위에서 사람이 떨어지더라도 큰 상처는 입지 않도록 바닥에 차곡차곡 쌓았다.
이웃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간장을 태우던 사이 119소방대가 신고 전화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사다리를 전개한 구조대는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있던 여성을 무사히 땅으로 데리고 내려왔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여성은 불이 난 건물 3층의 집 안에 머물고 있었는데 다른 창문으로 뛰어내린 아버지는 맨바닥으로 추락해 머리를 심하게 다쳐 중태에 빠졌다.
또 다른 창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 오빠는 다행히 승용차 지붕이 충격을 흡수해줬으나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중상자로 분류됐다.
A씨는 산산이 조각난 자동차 지붕 창(선루프)에서 내려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길바닥에 앉아 있던 이웃을 발견하고 "타고 남은 잿더미 같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가족 가운데 어머니는 불이 꺼진 집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이웃들의 탄식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불이 난 건물에서는 4층 주민 4명도 구조됐고, 20여 명이 연기를 피해 대피했다.
3층에 살던 일가족을 제외한 이웃의 인명피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