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살 명령' 감청에 잡혔다…북한, 불리한 내용 쏙 뺐나

군, 감청 통해 '북한군-실종자 근거리 소통·사살 상부 지시' 포착 알려져
북한의 경위 설명과 배치돼 논란
국방부, 사살 직접 언급은 없었다며 "분석으로 확인"

28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구리동해변에서 해병대원들이 야간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우리 군은 실시간 감청 등을 통해 북한군 내부 지시와 보고를 분석했던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군은 이를 통해 북한군이 희생된 공무원과 근거리에서 의사소통했고, 현장 지휘관이 아니라 상부 지시로 사격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경위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동시에 우리 군이 비교적 구체적인 첩보를 확보하고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군은 실종 공무원 이씨가 북한 선박에 발견된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 이전부터 일대 북한군 교신을 무선 감청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씨가 북측과 근거리에서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내부 교신을 통해 확인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전통문에 실어 보낸 설명, 즉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확인을 요구하였으나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후 9시를 넘어서는 사살 관련 명령이 하달된 정황도 감청에 잡혔다고 한다. '사살'이란 표현과 유사한 단어나 AK 소총 같은 말이 당시 해안에 있던 북한군에게서 나왔다는 것.

만약 이 지시가 해군 사령부에서 이뤄졌다면 '정장의 결심'이었다는 북측 주장도 깨지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지시를 내렸고, 어느 선에서 명령을 이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 통지문을 보고서 '자신들이 불리한 내용은 모두 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본적으로는 남북관계 파탄을 희망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북측이 이씨가 의지했던 부유물을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다 해안에서 분실한 뒤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았다는 점을 근거로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뚜렷한 것으로 봤다고 한다.

대북 감청 활동을 노출하면서까지 본격적인 구출에 나설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피격 사건을 막지 못했고, UN이나 국제상선 등을 통한 송환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여권 내에서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단편적 첩보를 종합 분석해 추후에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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