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의 형 이래진(55)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동생이) 실종돼 30여시간 해상에 표류하는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결국은 북한의 NLL(북방한계선)로 유입됐다. 마지막 죽음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2일 우리 군은 실종된 동생의 간절한 구조를 외면한 채 골든타임 때 구명동의 숫자를 확인했다"며 "북한과 비상연락이 안 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NLL 가까이 왔다고 해서 무전 교신으로 경고 방송을 했고 우리 군은 바로 대응방송을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동생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씨는 "(정부가) 월북이라고 단정하며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동생 사건을)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며 "동생은 오랜 시간 선장을 했고, 국가공무원으로 8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였다. 이러한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 묻고 싶다. 미래는 어디에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월북 의사를 밝혔는데 왜 죽였겠는가. 월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중년세대들은 북한이라고 말하면 찍소리도 못한다. 가장 쉽고 편한 월북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동생이 실종된 초기 정부에 수색을 위한 함정과 헬기 등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씨는 "제가 간절하게 요청했던 수색세력, 해군 함정과 해경 함정, 헬기를 요청했었는데 그때는 묵살하더니 지금은 제가 시키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4배 5배, 심지어 10배까지 늘리고 있다"며 "지금 저하고 싸우자는 건지, 아니면 살인을 해놓고 장난을 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청했던) 그때 (수색세력이) 왔으면 살렸을 것"이라며 "(동생은) 살아 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가 수색 협조에 미온적이자 동료 선박 8척이 수색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날 오전 해경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조사에 나섰던 해경은 A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해경은 북측이 △A씨 만이 알 수 있는 신상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는 점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있는 점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발견위치까지 표류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이같이 판단했다.
이에 이씨는 "대한민국 영해에서가 아닌 북한에서 자기네들이 첩보로 받았다는 내용은 픽션(허구)으로 받아들인다"며 "동생은 36시간 동안 물속에 잠겨있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북한에 체포되면 그 사람들이 묻는 것에 그 말(월북 의사표현)을 안하겠나. 총을 겨누고 있는데 진실을 말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얘기하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50~60% 서민들이 전부 다 월북해야 되겠냐"며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도 빚이 있는데,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한다면 그게 이유가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동생이 실종된 이후 NLL 이남인 우리나라 영해에서 벌어진 모든 행적과 동선을 정부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해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건 사건·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상 몇 번째 안가는 살인을 대한민국 정부와 군·경찰, 북한의 군인들이 합동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 한미공조를 통해 명확하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A씨가 실종된 당시 우리 군은 감청을 통해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군은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은 물론 사건 초기 북측이 A씨를 구조하려고 했던 정황과 북한 상부로부터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