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하루 동안 253.5㎜의 물 폭탄이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본 전남 곡성군에는 50여 일이 지났는데도 수해 피해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찾은 전남 곡성군 고달면 고달리 1구 마을.
마을에 마련된 임시조립주택에서 만난 안전남(86·여)씨의 얼굴에선 서러움이 한가득 묻어났다.
수해 피해도 피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추석 연휴 기간 이동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올해 추석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씨는 "매일 가족과 통화를 하고 있지만, 추석이 다가올수록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며 "말로는 임시주택이 좁고 코로나 때문에 오지 말라고 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안씨는 "집중호우 때 몸만 빠져나온 탓에 명절을 쇨 여유가 없다"며 "조상님께는 죄송하지만 간소하게 차례를 지낼 생각"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씨는 "수해 복구에만 1년이 걸릴 것 같다"며 "언제쯤이면 집에서 편히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안씨의 집은 지난 8월 7일 오후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겼다. 집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는 고달천까지 있어 다른 주민들보다 피해가 더 극심했다. 주택 침수는 물론 661㎡(200평)의 밭에 심은 토란마저 모두 떠내려갔다.
안씨는 "추석에 맞춰 출하하려고 기르고 있던 토란 농사를 모두 망쳤다"며 "이번 명절에 직접 수확한 토란으로 끓인 국을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주려고 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5명이 숨지는 등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가운데 하나인 성덕마을은 그 당시의 참상을 알려주는 철제 구조물과 쓰레기 등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이날도 복구를 위해 굴착기 등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임씨는 "이번 추석에는 자녀들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다"며 "추석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이어 "산사태를 피해 목숨을 구한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앞으로 집이 고쳐질 때까지 임시조립주택에서 1년 정도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지역에서는 지난 8월 집중호우로 주택 2401동이 물에 잠기고 269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5090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현재 152명의 전남 이재민들이 10곳의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은 각각 농협 연수원, 지리산 생태탐방원, 지리산호텔, 마을회관, 경로당 등 임시시설에서 쓸쓸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