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여성 N(31)씨는 전날 법원에서 인도네시아 가정부 S(24)씨를 상대로 저지른 폭행 혐의와 관련해 유죄를 인정했다.
신문에 따르면 S씨는 2017년 12월부터 580싱가포르달러(약 50만원) 월급을 받고 N씨 집에서 일했다.
이듬해 초 N씨는 아이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을 잊었다는 이유로 S씨에게 침을 뱉고 얼굴을 두 차례 때렸다.
2월에도 머리를 잡아끄는 등 폭행은 이어졌다.
S씨가 직업소개소에 다른 집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하자 N씨는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자기 아이의 사진이 휴대전화에 있었다는 이유로 손은 물론 전화기로 가정부의 얼굴을 수차례 때려 피가 나게 했다.
남편을 유혹하려 하느냐면서 빗자루로 머리와 등을 마구 때리기도 하고, 빗으로 이마를 찌르며 추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폭행을 견디다 못한 가정부 S씨는 2018년 4월 말 새벽 2시께 발코니를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도망갈 것을 우려한 N씨가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N씨 집은 15층이었던 만큼,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아래층 집의 발코니들을 통해 조심스럽게 기어 내려가다 보니 1층에 닿았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가정부는 직업소개소 측의 조언에 따라 당일 오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집주인 N씨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및 7500 싱가포르 달러(약 64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23일 싱가포르 대법원 격인 항소법원에서도 여성 집주인이 가정부에 대한 폭행 혐의로 인해 징역 14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 집주인도 미얀마 출신 가정부의 눈이나 얼굴을 지속해서 가격하며 학대한 혐의가 인정됐다.
집주인은 고등법원에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법원은 형량을 14개월로 높였다.
아세안 국가 출신 가정부에 대한 일부 싱가포르 집주인들의 폭행 또는 갑질 행위는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창이공항 그룹 리우문롱 회장이 인도네시아 출신 가정부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았다가 4년 만에 대법원에서 가정부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피해 사례들이 다시 조명되는 분위기다.
백만장자로 알려진 리우 회장이 월급 51만원을 받는 인도네시아 가정부를 상대로 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26만명가량의 가정부가 있고, 이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 가난한 주변 아세안 국가 출신이다.
이들은 일반 싱가포르 국민들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