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사회복무요원 회식자리 불러내 "대가리 박아"

산업기능요원 등 군복무대체요원 '직장내 갑질' 심각
갑질에도 복무기간 종료될 때까지 관두지도 못해
10만명에 달하지만…"정부, 강 건너 불구경" 지적
직장갑질119 "수시단속·상시점검으로 뿌리 뽑아야"

직장갑질119(사진=연합뉴스)
#주무관이 회식하던 식당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을 전화로 불러내 이유도 없이 "대가리 박아"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식당의 일반 손님들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5분 동안 원산폭격을 했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다른 식당에서 식당 주인과 종업원이 보는 가운데 원산폭격을 계속 시켰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2차를 가게 해서 종업원들 보는 앞에서 목을 조르고 뺨을 때렸습니다. 주무관은 폭행을 하면서 “인생을 왜 그렇게 병X같이 살아, 너 병X이야?”라고 소리쳤습니다. 평소에도 “죽여버린다. 개XX야”와 같은 욕설과 폭언을 자주 했습니다. 담당 지자체는 사회복무요원들의 괴롭힘 신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9월, 사회복무요원 A씨)

#산업기능요원이라고 욕설이 너무 심합니다. “넌 주둥이가 문제야 XX야”라며 욕을 합니다. 휴가를 가려고 하니까 짬도 되지 않는 놈이 휴가를 신청한다고 또 욕을 합니다. 업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눈치껏 어떻게든 해내면, 이유 없이 다르게 지시를 합니다. 휴식시간을 지나치게 감시하고, 화장실에 있으면 빨리 나오라도 소리를 지릅니다. 산업기능요원이라 자진 퇴사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2020년 5월, 산업기능요원 B씨)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부당한 일이 많습니다. 야근이 너무 심해서 주당 60시간 일한 적이 많습니다. 어려운 일을 지시하고, 빨리 하지 않으면 느리다고 비난하고, 일을 더 많이 줍니다. 아무리 야근을 많이 해도 정해진 야근수당만 줍니다. 직장 상사가 연구과제가 아닌 개인 논문 교정과 같은 사적인 업무를 시키고, 연구 업무가 아닌 회사의 다른 업무도 가리지 않고 하게 합니다.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이유로, 업계에서 밤샘야근을 시키고도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2020년 9월, 전문연구요원 C씨)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군복무 대체요원들에 대한 갑질이 끊이질 않고 있다. 폭언·폭행에 직원들 개인업무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상시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복무 대체 요원도 노동자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정부는 대체요원들이 인권침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고 법 위반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사회복무요원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무원으로부터 다른 사회복무요원과 비교 당하며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수준이 초등학교 저학년', '니가 내 자식이었으면 패버렸어' 등의 폭언을 받아왔다. 주말에는 교회에 나가길 강요 받고, 직원들의 개인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근로계약서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청소와 잡무를 강요받는 산업기능요원, 공짜 야근을 강요하고 폭언·무시·모욕을 반복하는 전문연구요원 등 군복무대체요원에 대한 갑질 제보가 이어졌다.

2019년 병무청이 발표한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은 6만698명, 산업기능요원은 2만6351명, 전문연구요원은 8364명에 달한다. 이들은 사회 각 기관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지만, 병역을 대체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쌍팔년도, 군사독재 시절에 군대에서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 공무원, 공장의 관리자, 센터장이 돼 군복무 대체요원을 '사복 입은 이등병' 취급하며 30년 전 경험한 원산폭격과 쌍욕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장인들의 마지막 보루는 사직서를 던지고 직장을 떠나는 것이지만 이들은 복무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사회복무요원은 복무지 재지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신을 괴롭히던 담당자의 허가를 구걸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복무대체요원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근로를 강제당하는 것도 모자라 운신의 폭까지 위축돼 복무기간의 명줄을 쥐고 있는 담당자 또는 근무지 직원의 괴롭힘에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군복무 대체요원에 대한 인권침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군복무 대체요원의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병무청과 고용노동부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무관리 위반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은 병역지정업체 취소 사유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예측 가능한 일제단속이 아니라 수시단속, 상시점검을 해야 한다. 직장갑질이 신고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과 특별감사를 벌여서 인권유린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이충언 변호사는 "(군복무대체요원의) 배치기관 변경 사유를 다변화하고 그 소명의 정도를 낮춰야 한다"며 "산업기능요원 등과 같은 경우 업체의 부당한 대우로 인해 전직이 필요하게 됐다면 새로운 업체와의 근로관계 체결에 있어 편의를 보장해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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