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조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군 통신선 등 대화채널 복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해 이번 기회가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간 긴급 안보장관회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가안보실 1차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안보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북한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피해자가 월북의사를 표했는지, 북한군에 의한 시신훼손이 있었는지 등에 있어 남북 군당국의 설명에 차이 이를 공동조사해보자는 것이다.
이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필요하다면 북측에 공동조사를 요구한다'는 입장에서 북측에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하기로 톤이 더 강해진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북한에 요청했다.
또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번 사건 처리 과정을 통해 남북 간의 신뢰를 쌓고, 지난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끊겼던 군 통신선을 복구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우리 정부의 규탄 하루 만에 신속한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과하고 나선 만큼 북한도 더이상의 남북관계 악화를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연장선상에서 이날 청와대의 발표에서도 가장 먼저 "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며 북한에 대한 존중 의사도 나타냈다.
북한의 변화를 긍정 평가한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기에 북한이 공동조사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조선중앙통신이 27일 피격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 약속과 시신 수습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남측이 영해 침범을 하고 있다며 반발한 것도 공동조사 요구에 미리 선긋기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과 남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대책들을 보강했다"면서도 "우리측 령해침범은 절대로 간과할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피격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재차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북측으로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현을 우회적으로 '영해 침범 하지 마라'는 경고로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청와대로선 당분간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밝혀내야 하는 이중의 숙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