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미국 유학에서 귀국해 3년만에 모래판 복귀를 선언한 김경수는 경기도 시흥시 체육회 코치 겸 선수로 영입됐다. 김경수는 지난 12월 12일 경남 남해에서 가진 복귀 기자회견에서 "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지만 씨름 중흥을 위해 이 한 몸을 던질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복귀를 선언한 또다른 천하장사 출신 후배 이태현(구미시청)과 함께 4년만에 열린 천하장사 대회를 찾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씨름단 단장인 이종학 부회장을 비롯해 한인수 감독, 원건상 시흥시 체육회 사무이사도 동석했다. 이들은 "26일 창단식을 갖고 설날대회부터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치직 ''급여도 없어''…설날대회 정식 아닌 간신히 초청선수로
하지만 씨름단 창단은 그야말로 말만 요란했다. 선수는 김경수 단 1명이다. 명색이 코치지만 스스로를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치도 유명무실하다. 26일 창단식은 시흥시 체육회의 연말 행사의 일부분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경수는 계약서가 아닌 코치 위촉장을 받았다. 명함에는 코치로 나와 있지만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말뿐인 코치다.
오는 설날장사대회 출전도 간신히 이뤄졌다. 최근 대회를 주관해온 대한씨름협회 민속씨름위원회는 최소 선수 8명 이상을 확보해야 실업팀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시흥시 체육회는 사실상 출전 자격이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민병길 위원회 부회장은 "은퇴한 선수 1~2명의 이름값을 믿고 우후죽순처럼 팀이 생겨났다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그러면 선수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고 씨름계도 어지러워진다"고 밝혔다. 이어 "시흥시 체육회에도 이런 부분을 강조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창식 협회장 등은 이태현 복귀 등 모처럼 씨름 중흥의 호재를 맞아 이번 대회에 한정해 김경수에게 초청선수 자격을 줬다. 그러나 설날 이후 나머지 대회에는 여전히 출전할 수 없다.
▲"돌 앞둔 아들에게 미안"…시흥시 체육회 "설날 이후 좋아질 것" 말만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어렵게 복귀를 결정한 김경수 본인도 답답하기만 하다. "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면서도 김경수는 "이번 대회는 참가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미지수다. 이대로 은퇴하기는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놨다.
현재 김경수는 인천 연수구청, 인하대학교 팀과 함께 훈련 중이다. 지난해는 사비를 들여 개인훈련을 해왔지만 그나마 최근 숙식비를 시흥시 체육회에서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치에 대한 급여는 없다. 천하장사 2회, 백두장사 10회 이상의 화려한 경력이지만 오는 2월 돌을 맞는 아들과 아내에게 면목이 없다. 김경수는 "친형의 사업을 돕고 있지만 가장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씨름단장인 이종학 시흥시 체육회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팀 창단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현재 아마추어 선수 몇 명을 확보한 만큼 설날대회 이후 좋은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김경수의 명성을 믿고 어영부영 설날대회에 참가해 ''간''을 본 뒤 본격적인 창단 작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씨름 중흥을 위해 돌아온 ''들소'' 김경수. 시흥시 체육회에 휘둘려 천하장사의 명성만 이용당한 채 쓸쓸히 떠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