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5만원권…'코로나 확산기' 환수율 3분의1↓

3~8월 5만원권 환수율 20.9% 작년 60.1% 대비 급감
경제 불확실성 커지자 현금보유 성향 강해, 음성거래 용도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주요국 화폐수요 2~3배 상승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비대면 소비 및 결제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접촉이 크게 줄었지만 현금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화폐발행잔액의 증가세가 2011년초를 정점으로 둔화하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했던 3월 이후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5만원권이 발행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올 들어 8월까지 5만 원권 발행액은 16조5천여억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5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전년보다 3배 이상 크게 늘렸다"면서 "지난 5월에는 이례적으로 2조원을 추가 발주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시기인 3월~8월에 5만원권이 시중에 돌다 다시 한국은행으로 환수된 비율은 20.9%에 그쳤다. 지난해(60.1%)대비 3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5만원권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근 현금 자동입출금기에서 5만원권을 인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만원권 환수율이 저조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닥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가계와 기업 등이 비상용 현금으로 5만원을 쌓아두는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음성 거래를 위한 5만원권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여나 거래 때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5만원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공급된 화폐가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시중 화폐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불안 상황에서 현금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주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래프=한국은행 제공)
한은이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8개국을 점검한 결과 코로나19 발발 이후 각국의 화폐 수요 증가율이 평시 대비 2~3배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및 봉쇄 조치로 일반의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전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화폐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지급 및 화폐 교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도 화폐 수요 증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또 주요국에서 화폐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은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이 안전자산 및 안전결제수단으로 현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거래를 위한 저액권 수요와 가치 저장 수단 및 비축 목적의 고액권 수요 등 예비적 화폐 수요 증가로 볼 수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특히 고액권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재현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 나라에서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가 나타났다.

고액권 수요 증가는 경기침체 우려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Y2K,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융시스템 중단 우려로 현금 비축 수요가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고액권 중심의 현금 수요가 많았다.

한국은행은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 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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