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측이 주장한 사건 경위에는 우리 군이 파악한 것과는 다른 점들이 다수 발견된다. 우리 군은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밝혔던 것 같다고 추정했지만, 북측은 실종자가 신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시신을 그 자리에서 불태워 훼손했다는 우리측 분석과는 달리 북한 측은 시신은 유실됐고, 부유물만 태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루만에 보낸 김정은 사과문, 北지도부와 상관없는 '우발적' 사건이었다 강조
김 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음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 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 준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 지도부도 재차 사과했다. 북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하여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하는데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북한이 이처럼 우리측의 강력 규탄이 있은지 하루만에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북한 지도부가 예측하지 못한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번 피격에 북한 지도부의 뜻이 반영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북한 지도부와 김정은 위원장의 뜻과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자체 조사했다는 사건 경위와 우리군이 파악한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밝혔는지 여부이다. 북측은 "강령반도 앞 우리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확인을 요구했지만,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대한민국에서 온 000라며 이름만 몇번 말했을 뿐 월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
북측 주장에 따르면 북한 군인들이 가까이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실종자가 놀라 엎드리면서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 또, 엎드리면서 무엇인가를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북측은 썼다.
이에 북한의 해상경계 근무규정 행동준칙에 따라 40~50m거리에서 사격을 했고, 사살된 것으로 파악해 10m에 접근해 수색을 했지만 다량의 혈흔만 있었을 뿐 시신을 찾지는 못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실종자가 타고온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추정은 이와 다르다. 22일 오후 3시30분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실종자에게 접근해 월북 의사를 진술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군은 발표했다. 그러나 5시간 뒤인 9시40분즘 결국 북한 해군 소속 단속정이 사격을 가했고, 바다 위의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실종자에게 월북 의사를 확인한 것인지, 실종자의 시신이 유실된 것인지 소각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신 훼손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추가 조사를 암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 측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며 "북측에서도 현재까지 조사한 것이라고 상황을 전제했었다"고 답했다.
즉, 북측에서 주장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측의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만 하루만에 답변서를 보내온 만큼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월북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생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사과 입장을 청와대가 신속하게 발표한 것은 이번 사건의 국민적 공분을 고려해신속하게 진상을 밝히고 장기적으로는 추후 남북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앞으로 정부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 취해야 할지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