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을 통해 팀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 군단을 확보한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020시즌을 도약의 시작점을 삼았다. 계약기간 4년에 총액 8000만 달러(약 935억원)를 투자해 류현진(33)을 영입한 이유다.
류현진은 2019시즌 LA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를 기록하며 주가가 치솟았지만 토론토와 계약 당시 적잖은 의문부호가 달린 것도 사실이다.
2018시즌과 2019시즌 여러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류현진이 과연 한 시즌 꾸준히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까? 또 지명타자 제도가 있고 뉴욕 양키스를 비롯한 강팀들이 몰려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예전같은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작 전에 큰 변수가 있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시즌 개막이 연기됐고 팀당 60경기씩 치르는 단축시즌으로 변경됐다.
약 2개월동안 진행된 정규리그에서 류현진의 내구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류현진은 개막전을 시작으로 정상적인 로테이션 간격을 지키며 총 12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류현진은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며 토론토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가끔 부진했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류현진은 시즌 첫 2경기에서 총 9이닝동안 8실점을 기록하며 우려를 샀다. 포심패스트볼의 구위가 예전만 못했고 제구력도 다소 흔들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놀라운 반등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6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등장을 기대했던 토론토 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9월초 난적 양키스를 상대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또 한번 우려를 씻어냈다.
류현진은 올시즌 12경기 중 10경기에서 최소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닝이터의 진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선발투수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을 다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양키스를 상대한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에서는 올해 토론토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7회를 책임지는 성과를 냈다.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으로 토론토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에이스의 등판을 낭비하지 않은 토론토는 이날 승리로 총 16개 팀이 참가하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게다가 류현진은 지난 3경기 통산 평균자책점 8.80으로 좋지 않았던 양키스전 부진 징크스까지 씻어냈다. 한 경기를 통해 그야말로 '에이스 인증'을 한 것이다.
토론토는 올해 류현진이 등판한 12경기에서 9승3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직접 따낸 승리를 5승에 불과하지만 매경기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게 승리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그는 우리의 에이스"라는 말을 한다. 양키스전을 앞두고는 "내일은 류현진이 나가니까 오늘밤 푹 잘 수 있을 것"이라며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몬토요 감독은 오늘도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스는 에이스다웠고 토론토는 마침내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론토의 935억원 투자는 첫해부터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