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래진 (피격 공무원 A씨 친형)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훼손된 공무원 이 씨. 그가 자진 월북이든 실족으로 표류해 간 것이든 민간인을 즉결처형한 건 어떤 말로도 해명이 안 되는 천인공노할 일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이 씨가 자진 월북이냐, 아니냐’를 밝히는 건 다른 의미로 중요합니다. 왜냐? 사망한 분과 유가족의 명예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고요. 또 그가 자진 월북자라고 하는 순간 자국민 보호 실패라는 우리 군의 실책의 크기가 다소나마 줄어들게 되는 면도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씨는 자진 월북을 한 걸까요? 군은 말합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벗어놓은 신발이 배 위에서 발견됐다는 점, 그리고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는 점, 그것이 자진 월북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대해서 유가족은 지금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늘 유가족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죠. 북한에서 사살된 공무원 이 씨의 형입니다. 이래진 씨 연결돼 있습니다. 이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이래진>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심적으로 지금 많이 힘드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우선 감사드리고요.
◆ 이래진> 네.
◇ 김현정> 지금 군에서는 자진 월북에 강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선상에 신발을 벗어놨다, 구명조끼를 입고 입수를 했다, 그리고 빚이 수천만원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래진> 먼저 신발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제가 사고 선박에 22일 날 아침 10시에 승선을 해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이 선미, 슬리퍼가 있었다는 그곳을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접안을 했을 때 묶는 줄 밑에 슬리퍼가 감춰지듯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지금 형님께서 제공하신 사진을 유튜브와 레인보우를 통해서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진짜 줄이 이렇게 동글동글 말려 있고 그 밑으로 신발이 들어가 있네요.
◆ 이래진> 네, 그렇죠. 그런데 그 신발이 그렇게 벗어져 있었다라고 해서 자진 월북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요. 동생의 키가 1m 80 정도 됩니다. 그다음에 새벽 1시에서 그 이후에 보통의 사람들은 졸리거나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동생이 그 배에 이선한 지가 4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파악하거나 그 선박의 상황 변화를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거든요.
◆ 이래진> 그렇죠. 그리고 동생이 키가 커서 그 난간에 허벅지 정도가 닿기 때문에 약간만 삐끗해도 실족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신발이 벗어져 있던 그 난간에 서 보시니 동생 키라면 허벅지까지밖에 안 된다는 건가요?
◆ 이래진> 허벅지 정도요. 허벅지에서 바로 골반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잘못하면 바다로 실족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거든요.
◇ 김현정> 난간에서 그냥 이렇게 서 있다가 실수로 떨어지신 거라면 슬리퍼가 가지런히 있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 이래진> 아닙니다. 그 선박의 난간을 가드레일이라고 하는데 항상 바닷물이 계속 파도에 의해서 (가드레일 안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소금기라고 하는 게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벗어둘 수도 있고, 아니면 벗고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슬리퍼를 잠깐 벗어두고 움직일 수도 있다, 슬리퍼가 젖을 수가 있기 때문에?
◆ 이래진> 그렇죠. 그런 개연성도 있다는 거죠.
◇ 김현정> 신발이 가지런히 있다는 게 반드시 벗어두고 뛰어들었다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 이래진> 그렇죠. ‘반드시’라는 용어가 성립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리고 지금 조류 얘기를 하셨어요.
◆ 이래진> 그다음에 동생이 근무하는 시간이 21일 00시부터 04시까지 브릿지 당직이거든요. 그다음에 01시 35분에 브릿지를 이탈을 해서 뭐 문서작업을 한다고 내려갔다고 해요.
◇ 김현정> 방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하죠.
◆ 이래진> 그 실종의 시작이 그때부터 시작이 된 거죠. 그 시간에 조류가 강화도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 김현정> 연평도에서 강화도요?
◆ 이래진> 네. 그 다음에 사고 당시 그 지역은 보통의 해역보다 열한 물때예요. 열한 물때면 물론 사조 때보다 약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센 지역 중에 하나입니다. 그 소연평도 부근이 암초도 많고 또 수심의 편차가 심한 곳이기 때문에 조류가 상당히 좀 셉니다. 그러면 (실종 시각을) 02시로, 제가 판단하기를 2시에서 3시로 봤을 때.
◆ 이래진> 저는 2~3시로 확신하거든요. 조류의 방향이 강화도 방향이기 때문에 군에서 설명하는 월북이라는 용어와 단어가 전혀 근거가 맞지 않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동생은 조류를 잘 아는 사람인데 월북을 하려고 했으면 그 조류 방향의 시간에 물에 뛰어들 수는 없다, 이 말씀이세요?
◆ 이래진> 강화도 쪽으로 가는데요? 그리고 그 진실여부를 체크하기 위해서 바닷가 사람들이나 그 연평도에 사는 분들한테 당시 상황을 설명을 하고 ‘과연 이 사람이 월북을 이 방향으로 했다, 이게 근거가 맞습니까?’라고 물어보시면 전혀 아니라고 웃어버릴 겁니다.
◇ 김현정> 웃어버릴 정도 지경이다. 그럼 지금 군에서 조류에 따라서 그쪽으로 갔을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건 실종 신고가 들어온 낮 11시 반, 그러니까 오전 11시 반 기준으로 하면 그럴 수가 있는데 실종은 신고가 들어온 그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이 아니라 훨씬 그전에 이루어졌을 거라는 그 말씀이시군요.
◆ 이래진> 왜냐하면 11시 반이면 수많은 어선들과 군, 해경 함정들이 순시 내지는 항해를 하는 시간이란 말이에요. 얼마든지 목격이 가능한 시간입니다. 그러면 군과 경찰, 그때 당시에 감시초소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소연평도와 대연평도 사이에 군 바지선이 있습니다. 거기서도 경계나 보초가 있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실종시간이 낮 11시가 아닌 훨씬 그 전, 깜깜할 때 이루어졌을 것이고.
◆ 이래진> 그렇죠.
◇ 김현정> 그때는 조류 방향이 북을 향하지 않는다는 말씀.
◆ 이래진> 강화도 방향이죠.
◇ 김현정>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빚을 많이 졌고 인터넷 도박을 했다’ 이런 건 지금 온라인상에 떠도는 얘기인데 형님이 아시는 대로 얘기 좀 해 주세요.
◆ 이래진> 빚이 있었다고 해서 월북을 했다라는 것은 이것은 정말로 소가 웃을 일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더군다나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압박이나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 빚 안 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가 있겠습니까? 대기업도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 이래진> 빚 있으면 월북을 해야 하는 동기가 있습니까? 그거는 아니죠. 그다음에 수많은 설이 있는데 ‘가족 관계가 이상하다, 채무가 있다’ 이것은 뭔가를 덮기 위한 뉘앙스입니다. 빚은 어느 정도 있는 건 알아요. 왜냐하면 제가 몇 년 전에 동생한테도 빌리고 그런 상황도 있기 때문에 빚이 있다는 것은 제가 알고 있고요.
그다음에 동생이 그 부분에 대해서 완전하게 다 얘기는 해 주지 않아요. 제가 이제 알고 있는 부분들이 있었고요. 그다음에 가정불화는 어찌 보면 동생의 명예이기 때문에... 가정불화, 이혼한 사실은 맞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이혼되지 않았고요. 숙려기간이고요. 그다음에 인터넷도박 이런 것은 저도 금시초문입니다.
◇ 김현정> 그럼 아이들 생각하는 걸 옆에서 보셨을 텐데 아이들 생각해서도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 이래진> 전혀 아니죠. 동생은 여린 동생이에요. 성격 자체가 모나거나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요. 제가 그 배에 올라가서 몇몇 선장님들이나 그분들한테 물어보면 ‘동생하고 관계가 어땠습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책임감 강하고 솔선수범하고 친화력이 좋았다라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형으로서 좀 다행스러웠다라고 제가 판단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잘했습니까?
◆ 이래진> 예를 들어서 보면 페이스북에 사진도 올라가 있듯이 아니면 동생의 카톡에 아이들하고 찍은 사진을 자주 올려놔요. 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으면 그렇게 안 하죠. 아예 올리지 않거나 자기 혼자만의 사진을 올리겠죠.
◇ 김현정> 결론적으로 말해서 형님은 동생이 자진 월북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 이래진> 전혀 없는 거죠.
◆ 이래진> 이유가 분명히 있죠. 아까 제가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군에서 발표했던, 그 북측에서 목격했을 당시에 최소한 24시간 내지는 28시간 정도를 표류를 했단 말이에요. 표류를 했을 때 그 사람이 움직였으면, 어떤 물체가 움직였더라도 관측을 했었어야 되는데 관측을 못 했다는 거고요.
◇ 김현정>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지금 군이 이렇게 월북을 부각시키는 거다’ 그 말씀이시군요?
◆ 이래진> 그렇죠. 그리고 북측에서 발견됐을 그 이전을 군은 얘기를 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동생이 그 NLL을 날아가서 갔다는 거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제가 주장하는 것은 실족을 해서 아니면 배에서 떨어져서 뭐 뭔가에 의해서 움직였을 거 아닙니까? 표류를 했을 거 아니에요? 구명조끼든 부유물을 잡고 움직였을 때 새벽이 지난 21일 06시 그 이후부터 약 한 20시간 정도의 남측 해역에서 떠다녔을 때 그때에 군은 왜 관측을 못 했을까요?
◇ 김현정>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라고 보시는 거군요.
◆ 이래진> 그 얘기는 전혀 안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럼 그 시간 동안 어쨌든 가족들은 아무런 정보 얻으신 건, 통보 받으신 건 없는 거죠?
◆ 이래진> 통보도 받지 않았고요. 그리고 전화를 해도 연락도 잘 안 됐고요. 인터넷이나 방송,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된 거죠. 그리고 그 총격 당시 바로 저는 약 8마일 이남에서 안타깝게 동생을 찾고 있었어요.
◇ 김현정> 그 시간에도 수색작업 중이셨어요? 이미 사살된 걸 군은 알고 있었는데 형님은 계속 수색 중이셨어요?
◆ 이래진> 사살의 정보는 방송을 보고 알았어요. 인터넷으로. 지인들이 연락을 해줘가지고. 우리 군 발표에 의하면 북한군 어업 지도선에서 거의 반 실신 상태의 동생을 총을 겨누고 같이 따라갔다는 거예요. 그 광경을 총을 쏠 때까지 우리 군은 목격을 했다는 겁니다. 총살까지.
그때 그 군의 심정, 그리고 군의 생각 그런 것을 저는 알고 싶어요. 왜 그때까지 내버려두고 경고방송이나 그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광경만 그대로 쳐다보고 있다가 군이 ‘설마 죽일지 몰랐다’는 이런 변명을 했지 않습니까? 왜 우리 국민이 거기에 떠밀려가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당했는지 왜 그때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저는 그걸 알고 싶습니다.
◇ 김현정> 왜 유족에게조차 얘기하지 않았는지.
◆ 이래진> 그렇죠. 바로 밑에서 있었는데도 말이죠.
◇ 김현정>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북에다가 하고 싶은 말씀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래진> 북한은 정말로 강력하게 응징도 해야 되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야 되는 게 마땅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북측의 최고 지도자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셔야 됩니다. 왜냐? 건강한 상태가 아닌, 말 그대로 실신 상태의 동생을 총을 겨누고 사살을 하고 그 시신을 말 그대로 불태워 죽였습니다. 우리 국민의 정서상 납득도 되지 않고 정말로 끔찍한 만행입니다. 이 만행에 대해서 북한은 공개적으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에 관련된 유감표명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형님,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차분하게 잘 설명을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아무쪼록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기를 저희도 바라고 돕겠습니다.
◆ 이래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이래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분 역시 항해사 출신이십니다. 그래서 바다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세요. 북한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 씨의 형 이래진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