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왜 돈 잘 버는 유흥업소에도 200만원 주기로 했나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 된다' 형평성 논란에 결국 결정 번복
중기부 "초대형 유흥주점은 지원 대상 아냐"
與 "방역 협조한 분들 또 영업 제한할 경우 고려한 것…유흥 장려 아냐"
지자체들, 지원금 안주면 불법영업해 손님 정보 확보 못한다며 압력도

(사진=연합뉴스)
22일 통과된 4차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포함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 논란입니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유흥업소와 콜라텍도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세달동안 600만명이 다녀간 유흥업소, 재난지원금의 절반 받는다?

국회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월평균보다 감소한 연 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100만원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에게는 각각 200만 원과 150만 원을 지원한할 방침입니다.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은 294만 명으로 배정액은3조 3000억원. 7조8000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에 포함된 단일 지원사업 중 가장 큰 규모죠.

유흥업소 지원을 놓고 오락가락한 국회의 행보는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당초 정부는 유흥업소와 콜라텍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업소는 왜 안되느냐'는 유흥업주들의 반발에 직면했었는데요. 유흥종사자(접객원)를 두거나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까지 허용한 유흥업소는 지원을 못받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습니다.

여야 최종 협의 결과 지금과 같은 지원 방안이 나오게 됐고,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최근 석 달 동안 600만명이 유흥주점을 찾았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석달 간 600만명이 다녀가 활황이었던 대도시 룸살롱은 지원대상에서 빠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사행성 업종, 부동산 임대업, 전문 직종 등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 제외 업종은 새희망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데 유흥업소가 받는 게 국민 법감정에 맞느냐는 거죠.

결국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개 단체 공동 명의로 '국회는 부정부패한 접대와 성차별·성착취의 온상인 유흥주점 지원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유흥업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성착취, 성범죄와 부정부패한 무리의 향응과 접대 등에 대해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할 국회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유흥주점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이번 지원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결정으로,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에서는 그 집합 12개 업종에 대해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는데 6월 15일에 룸살롱에 대해서, 유흥업소에 대해서만 집합금지명령을 해제를 해 줬다. 노래방이나 PC방들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중소기업벤처부는 24일 "특별피해업종의 경우 일반업종에서의 매출액 요건(지난해 4억원 이하)과 매출액 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하는 것일 뿐 매출이 10억원을 초과하거나 상시근로자 수 5명 이상으로 소상공인 요건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유흥주점(룸살롱)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현실론과 비판론 사이…지자체, 유흥업소 방역 협조 요구위해 지원금 줘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 법감정도 좋지 않은데 왜 기존 결정을 뒤집었을까요?

지난 21일 예결위 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이번 유흥업소들은 문을 닫으면서 피해가 컸고 방역에 적극 협조해주신 분들이기에 영업을 또 제한할 경우(를 고려한) 차원인 것이지, 유흥을 장려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집합을 금지한 고위험시설은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룸살롱, 클럽 등)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연습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실내 스탠딩 공연장 △방문판매 업체 △유통물류센터 △대형학원(수용인원 300인 이상) △뷔페 음식점 등 12종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결정 번복엔 지방자치단체들의 압력이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방역에 협조하던 유흥업소들이 지원금을 받지 못해 불법영업을 개시하면 지자체 입장에선 업소를 찾는 손님들의 정보도 확보되지 않는 사태가 오는 것"이라며 지원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불법영업을 하다가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나오면 방역당국으로선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는 거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원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결정 번복으로 정부와 여당의 체면이 구겨지더라도 현실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방역에 협조하는 건 당연한 건데, 이것만으로 정부가 유흥업소에 지원금까지 쥐어줘야 하느냐는 비판론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국민의힘 측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한 것도 결정 번복의 이유가 됐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차 추경마저 단독 처리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고, 박홍근 간사에게 '합의 처리'를 위해 쟁점이었던 통신비를 포함해 모든 안건을 열어놓고 판단하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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