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단체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등 차량을 이용한 시위로 우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일각에선 기존 계획대로 집회를 강행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후자는 전자에게 '잡상인' 운운하며 "우리 멤버가 아니다"라고 폄하하는 등 선 긋기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광화문 집회로 홍역을 치른 서울시와 경찰은 추석 연휴 기간 개천절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에 대해 일괄 '금지 통고'를 내렸다. 정부 역시 이들이 집회를 강행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광훈 '옥중서신'으로 부채질 노력하지만…집회 강행 '동력' 부재
재수감되는 순간에도 결백을 주장한 전씨는 옥중에서도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회 측 유튜브 계정인 '너알아TV'에는 지난 1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옥중서신'이 대독 형식으로 올라왔다.
그는 첫 서신에서 "수많은 국민이 우한바이러스(코로나19) 위험을 감수하고 광화문 이승만광장에 모인 것은 문 대통령의 건국 부정,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북한으로 가려고 하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었다"고 집회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대로 간다면 반드시 광주사태와 같은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며 "애국 국민들은 지난 1년 동안 광화문광장에 모여 투쟁해왔고, 앞으로도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집회를 부추기는 발언도 쏟아냈다.
두 번째 서신에서는 "정부가 코로나를 통해 사기극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저와 우리 교회에 대해서는 우리 변호인단들이 정확하게 발표하는 것만이 사실이다. 변호인단의 말을 주목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사실상 '구심점'을 잃은 데다 광화문 집회 강행에 따른 경찰 수사가 강도를 더하면서 개천절 집회를 주도할 수 있는 동력을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또 교회와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선 것도 '전투력' 상실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 3~4월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채 사랑제일교회에서 대면예배를 드린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교회 관계자와 신도 등 14명은 23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드라이브 스루로 대체" vs "오프라인 집회 강행"…노선 분열
앞서 자유시민연합과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등 일부 우파 시민단체들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은 10월 3일 광화문 집회를 최대한 악용할 태세"라며 "이 집회가 열리면 보수단체를 코로나 19 전파의 주범으로 매도해 국민 신뢰를 추락시키고 정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우파세력에게 광화문 집회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신 차량 시위, 1인 시위 등 국민이 호응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시킬 것을 강력히 권면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연 '집회'로 인해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책임이 보수 우파에게로 전가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안으로 카 퍼레이드를 제안한 것이다. 새한국 서경석 목사는 "차량 시위는 코로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가장 이상적으로 집회를 했을 경우를 상정해 개천절 200대 차량이 행진할 것이다. 만약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하면,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향 전환에 모든 보수단체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특히 지난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던 8·15 비대위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8·15 비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잡상인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우파시민단체연합은) 광화문 집회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집회를 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는 계속해서 개천절 오프라인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천명해왔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방역 매뉴얼을 제시해주면 충실하게 이를 따라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1천명→200명' 인원 줄었지만…'1인 시위' 명분 急결집 가능성도
다만 '자유민주국민운동' 명의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측 공원도로에 1천명의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던 비대위는 최근 규모를 200명으로 줄여 동화면세점 앞에 다시 집회신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1천명은 안 된다고 금지통고를 내렸기 때문에 200명 규모로 동화면세점 앞에 집회 신고를 냈다"며 "이것까지 금지통고를 내릴 것이 확실해 일단 25일 오전 1천명 금지통고에 대해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개천절 당일 자발적으로 광화문 일대를 찾은 참가자들이 '1인 시위'를 핑계로 집결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실제로 보수단체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는 기자회견 생중계 유튜브 댓글을 통해 1인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로서는 인원 모집이나 행사 진행을 주관하는 단체가 명확한 대규모 집회보다 이런 산발적인 시위 대응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경찰은 집합금지 명령이나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집회 등에 대해서는 주최 측에 대해 더 엄정한 처분을 내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은 적법한 1인 시위는 보장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다수가 동일한 피켓과 구호를 외치면서 광장에 모인다면 순수한 1인 시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