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 열린 '피살 첩보' 심야 대책회의…文대통령은 몰랐다

靑 실종자 총격 사망 첩보 22일 22시30분에 접수
심야에 관계장관 대책회의 개최
문대통령, 다음날 아침에야 대면보고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할 만한 첩보인지, 회의 연 것"

(그래픽=김성기 기자)
청와대가 스스로 밝힌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시간대별 재구성에는 의문점들이 발견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피살 관련 첩보가 청와대에 접수된 지 무려 10시간 뒤에야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靑 피살 첩보 22일 22시30분 접수됐는데…대통령은 다음날 아침 8시30분에 인지

시간대 별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21일 13시에 우리 군에 실종 보고가 들어왔고, 이어 13시 50분부터 해경과 군이 연평도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군은 다음날인 22일 15시 30분에 북한 선박이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을 포착했고 16시 40분에는 방독면을 쓴 북한군이 실종자에게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를 청취했음을 파악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18시 36분에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실종돼 수색에 들어갔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서면으로 최초 보고받았다.

이어 북한군은 21시40분 상부의 지시를 받고 실종자를 사살하고, 22시쯤 구명조끼를 입은 시신에 기름을 뿌려 불태웠다. 우리 군은 22시 11분에 시신을 태우는 불빛을 관측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2시30분, 북한이 실종자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엄중한 첩보가 청와대에 접수됐다. 비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첩보는 문 대통령에 바로 전달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대신에 피살 첩보가 들어오고 약 2시간30분 후인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됐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부장관이 청와대로 모여들었다. 회의는 청와대에서 새벽 2시반까지 약 1시간 반 가량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장관들은 첩보의 내용과 신빙성을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긴급 회의가 끝나고도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수면 시간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침 8시30분이 돼서야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는 것과 시신이 그 자리에서 훼손됐다는 내용을 대면으로 전달받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종전선언' 연설 발표되던 시각 靑에서 대책회의, 왜 대통령에 보고안했나

정리하면 청와대로 북한군에 의한 피격과 시신 훼손의 첩보가 접수돼 NSC 상임위원과 장관들이 청와대에서 심야 회의까지 했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곧바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대통령 대면 보고가 늦어졌나'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신빙성 있는 첩보 상태가 아니어서 첫 보고는 익일(23일) 아침 8시 30분에 신빙성이 높다는 첩보로 분석돼 대면 보고를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첩보가 대통령에게 보고할 만한 사안인지, 대국민 공개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내용을 공유하자는 회의를 연 것"이라며 "새벽 2시반까지 회의하고 아침에 8시반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으니 저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피살 첩보가 무려 10시간 뒤 전달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날 새벽은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열려 각국 정상의 기조연설이 녹화영상으로 발표된 시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이날 새벽 1시45분쯤 전세계에 공표됐다. 한반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힘을 실어달라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 시각, 장관들은 청와대에서 북한군 피격 관련 회의를 열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새벽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모니터링했는지, 보고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 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해를 지키는 해군 고속정(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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