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무집행방해 처벌 강화해 공권력 확립해야" 연구용역 발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용역의 과업지시서를 보면 △공권력 약화 원인과 그 문제점 △국내 법원 양형기준·처벌사례 문제점 △해외 선진국 공권력 확립 사례 △한국 경찰의 공권력 강화 방안 등이 주요 연구내용으로 나온다.
경찰은 현행 공무집행방해 사범의 형량이 지나치게 낮고, 약한 처벌 때문에 매년 1만 건이 넘는 공무집행방해 범죄가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재범률이 20%에 달하지만 구속률은 7.7%, 징역형 선고 비율은 11.2%로 여타 형사 사건보다 낮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연구를 통해 형량이 낮은 이유와 감경 요소,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나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형량 강화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文 정부 들어 '인권경찰' 강조한 경찰…수사권 조정 후 "공권력 확립"
민갑룡 전 청장은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했고, 올해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사상 처음 남영동(옛 대공분실, 현 민주인권기념관)을 찾기도 했다. 또 경찰 100년 역사상 최초로 인권보호를 위한 행동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사실상 공권력 강화를 공개 추진하는 것을 두고, 역대 정부 중 '인권'과 '민주'를 가장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국내 공집방 양형 주요국보다 세다" 정반대 결론
입법조사처는 우선 공무원을 폭행한 경우 한국의 법정형 상한이 징역 5년으로, 독일(3년)·영국(6개월)·프랑스(1년)·일본(3년) 등보다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외적으로 미국의 경우 흉기를 사용한 공무원 폭행(상해)이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지만, 이는 총기 사용이 허용되는 미국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대해진 경찰, 국민 기본권 제약할수도…통제방안 마련이 먼저"
시민사회는 경찰의 공권력 강화 움직임이 '시기상조'라고 짚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수사권 조정 이후 전문성 강화 등 산적한 현안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공권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방향을 한참 잘못 잡았다"고 말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사종결권도 확보하고 수사권까지 가져간 경찰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어떤 제재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권력감시국장도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며 "엄청 커진 조직을 민주적으로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경찰개혁의 핵심이다. 경찰위원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