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색·공정경제 3법 갈등…고개드는 김종인 독주 견제론

3색 혼용‧공정경제3법 등 김종인표 개혁안에 당내 제동 움직임
김종인 "4·15 총선 패배 긴장감과 위기를 잊지 말라"…경고성 발언
당내 중진의원 중심으로 비대위 독주체제에 불만…김종인‧주호영 갈등설도
일각선 김종인發 '당무 거부' 카드 가능성도…당내선 대안 부재 고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이 당 상징색 변경과 공정경제 3법 지지 여부 등을 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내 의원들 간 이견으로 파열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론 정책적 대립각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당내에선 '김종인 독주 체제'로 인해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총선 패배 긴장감 잊으면 안돼"…당색·공정경제3법 밀어붙이기

김 위원장은 22일 열린 비대면 의원총회에서 "총선 패배로 느낀 긴장감과 위기를 잊으면 안된다"며 "최소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만이라도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은 당 상징색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강도 높은 발언으로 위기의식을 주문한 셈이다.


앞서 지난 14일 국민의힘 홍보본부는 새로운 당 상징색으로 빨간색과 노란색, 파란색이 섞인 혼용안(案)을 비대위에 보고했지만,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지난 18일 내부 의견 수렴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20일로 미뤄진 이후 전날에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3색 혼용을 선호하고 있고, 당내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현행 당 색깔인 '해피 핑크색'을 사용하자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의총에서도 당 상징색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면서 '권한 있는 기구'에서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재차 공이 비대위로 넘어간 셈이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두고도 첨예한 신경전이 벌이지고 있다.

여권은 지난달 25일 정부 입법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에 대한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해당 법안 처리에 줄곧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당내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또는 유보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그 문제에 대해 (당내 의원들이) 파악하고 얘기하는 건지, 그냥 밖에서 듣는 얘기를 반영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전날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비공개 전환 이후 공정경제 3법 관련 당내 반대 의견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법안 처리 협조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비공개 발언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개혁을 추진하는데 의원들이 제동을 거는 것에 작심 경고하는 것 같았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당이 재벌을 대변하는 이미지를 줄 필요가 없다는 등 거의 훈시에 가까운 발언이 약 20분 정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겉으로 정책 신경전?…물밑에선 '김종인 일방통행' 견제

일각에선 표면적으론 정책적인 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김 위원장의 일방통행식 운영에 대한 의원들이 불만이 이번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직후 '기본소득 도입' 이슈를 정치권에 던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당명 및 정강정책 개정, 5·18 무릎사과 등 파격적인 행보로 당 개혁의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사실상 김 위원장의 '원맨쇼'에 가까운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내 중진들의 불만을 수렴, 최근 들어 부쩍 김 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연대, 당색 결정, 공정경제 3법 등에서 김 위원장과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선의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중진들이 주 원내대표를 압박해 김 위원장의 강행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 입장에선 총선 참패 후 춥고 배고플 땐 순순히 따라오다가 지지율 좀 오르니 반기를 드는 걸로 보일수도 있다"며 "그러나 매번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면 참아 왔던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립구도가 이어질 경우 '당무 거부' 등 김 위원장의 벼랑 끝 전술 사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3월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 위원장은 20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당무를 거부한 바 있다. 비례대표 명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끝에 결국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김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읍소하면서 당무에 복귀했다.

2012년 대선 기간에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고위 인사들과 마찰 끝에 당무 거부를 선언, 결국 판정승을 거뒀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7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저항 기류가 커질 경우, 당무거부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내 수도권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일부 중진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에게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이 자리를 내놓겠다고 나오면 당 입장에선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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