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자녀들도 오지 못하게 했다는 지역주민들은 오히려 관광객들이 동해안으로 놀러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명절 대목을 앞둔 상인들은 "굶어 죽느냐 아니면 먹고 죽느냐"를 말하며 절박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취재진이 찾은 강릉시 중앙시장 일대. 추석을 맞이해 약소하게나마 차례를 지내기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주민 김종녀(81)씨는 "딸 3명, 아들 3명이 있는데 서울, 춘천, 청주 등 각지에 흩어져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추석은 우리나라 큰 명절이지 않으냐"며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부모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바로 옆에 있던 주민 김나연(52)씨는 "가족은 못 와도 다른 관광객들이 오니까 그게 그거 아니겠느냐"며 정부의 '고향방문 자제 방침'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의 마음은 다소 복잡하다. 코로나 여파 속 올해 5월 황금연휴와 휴가철 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임한 상인들은 이번 명절을 앞두고도 비슷한 처지다.
중앙시장에서 닭강정을 판매하는 김동현(29)씨는 "지금도 관광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저희에게 장사는 곧 생계 아니냐"며 "시장 입구에도 발열체크를 의무화하는 등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있으면 좋을 텐데 사실상 지켜지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포해변 일대에서 10년 넘게 슈퍼를 운영한다는 김모(63)씨는 "한마디로 '굶어 죽느냐 아니면 먹고 죽느냐' 둘 중 하나 아니겠느냐"며 "안 와도 걱정, 와도 걱정"이라고 공허하게 웃어 보였다. 마스크 너머로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건어물 가게 주인 김한규(50)씨는 "지난 2월부터 살펴보면 주말이나 연휴 때 늘 관광객들로 북적였기 때문인지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주요 호텔이나 리조트가 '만실'이라는 사실이 전혀 낯설지 않다"며 "지난 5월에도 그렇고 아무리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외쳐도 개의치 않고 활보하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만으로도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혹여 추석 이후에 대확산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무섭다"고 걱정했다.
대형 리조트와 캠핑장 관계자들은 "보통 추석연휴 기간에 많은 분이 찾는데, 올 추석은 예년과 비교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 재확산 우려로 이용객들이 줄어 연휴에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추석 연휴를 맞아 만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오는 28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 기간으로 지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조치로 방역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하반기에 남아있는 당장의 큰 리스크는 추석 연휴"라며 "추석 연휴 기간 친지 방문이나 여행 등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