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은 22일 지난 2013년 절필 선언 이후 7년 만에 처음 펴내는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를 들고 돌아왔다.
안 시인의 신작 '능소화…'는 2012년 '북향'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11번째 시집이다.
안도현은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80년대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시인으로서 세상의 큰 움직임을 시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가 세상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실제 믿었던 적 있다"면서 "살아보니 시가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가 할 일은 작은 것에 더 관심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절필 선언 이유에 대해선 "불의한 권력에 시로 맞서지 않고 시를 포기함으로써 맞서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며 "그런 생각으로 몇 년 동안 박근혜 정부 때 시를 쓰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를 지배하는 게 전두환이라면 똑같은 방식으로 20대를 살아야겠지만, 그런 악순환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므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집을 화초, 식물, 어머니, 고모 등 일상의 정겨운 것들을 소재로 쓴 서정시로 채웠다.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나 고모 같은 분들의 삶 속에 수사(修辭)보다 더 시적인 것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보통 지어내고 꾸며내고 만드는 게 시라고 생각하는데 이 세상 살아온 분들의 삶 자체, 팩트 자체가 시가 아닐까요?"
1984년 등단한 안도현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는 구절이 포함된 시 '너에게 묻는다'로 유명해졌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당시 후보의 문화계 외곽 조직에 참여했다.
최근엔 소설가 공지영 등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활동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