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철민(개그맨)
작년 이맘때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폐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미국의 한 남성이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한 뒤에 3개월 만에 완치가 됐다. 이렇게 주장을 한 건데요. 이 주장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펜벤다졸 바람이 불었고 의료계의 경고가 있었습니다마는 품절대란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 씨가 공개적으로 이 펜벤다졸 복용에 도전을 해서 주목을 끌었죠. 그런데 김철민 씨는 최근 펜벤다졸 복용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워낙 그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약이라 실제 장기 복용을 한 김철민 씨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늘 개그맨 김철민 씨의 얘기 직접 들어보죠. 김철민 씨, 나와 계세요?
◆ 김철민> 네, 안녕하세요. 김철민입니다.
◇ 김현정>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무엇보다 감사드리고요. 지금 몸 상태는 어떠세요?
◆ 김철민>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닌데요. 제가 최근에 경추 5번 쪽에 암이 전이가 돼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 그게 좀 주저앉아서 그걸 빼내고 인조 뼈를 집어넣었어요. 그 수술을 해서 지금은 목 보호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철민> 네.
◇ 김현정> 사실은 지금 전화로 저희가 목소리를 듣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워낙 밝으신 분이니까. 밝은 에너지가.
◆ 김철민> 오늘은 컨디션이 좋습니다, 사실.
◇ 김현정> 그러세요?
◆ 김철민> 열흘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정도거든요.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 그럽니다.
◇ 김현정> 좀 아픈 이야기입니다마는 우리 다른 암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위해서 오늘 용기를 내셨으니까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죠, 그러면. 폐암 4기 진단을 받으신 게 지난해 8월이죠.
◆ 김철민> 네, (지난해) 8월 6일 날 검사를 통해서 원자력 병원에 가서 폐암 4기 판정을 받았고요. 그때 발견 당시에는 검진 결과가 폐선암이고요. 그리고 폐에서 뼈로 다 전이가 됐고 그리고 간으로, 림프절로 전이가 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수술 불가 상태였고요.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건 항암과 방사선 치료, 통증을 완화하는 마약 패치 같은 그런 거 외에는 수술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개복 수술을 한다든지 여기까지는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첫 발견을 하셨어요. 그런데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은 이게 어떻게 결심을 하시게 됐던 건가요?
◆ 김철민> 사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구충제에 대해서는. 그런데 저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타고 방송을 타다 보니까 주위 연예계 선후배님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제 페이스북을 통해서 조 티펜스 영상을 많이 보내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 3개월 만에 완치됐다고 주장하는 그 미국인 남성의 동영상.
◆ 김철민> 네, 동영상을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사실 그렇게 와 닿지 않았는데 저희 형님 둘이 최근에 6년 사이에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 간암으로요. 저희 친형 두 분이서. 그래서 저도 말기다 보니까 그때 당시 병원에 누워 있었는데 한 20일간 입원했다가 누워 있다가 퇴원했는데 저도 이제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때 그런 찰나에 그 조 티 펜스 영상을 저한테 많은 분들이 보내줘서 그걸 제가 결국에는 그걸 택하게 된 거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한 번 모험 한번 해 보자. 어차피 시간은 많이 없으니까. 저한테 주어진 시간은 많이 없다고 생각을 했고 저희 형 두 분을 제가 최근 6년 사이에 두 분을 하늘로 보내는 걸 제가 봤기 때문에 그래서 저 역시도 말기다 보니까 그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시도를 한 거죠. 10월 6일부터.
◆ 김철민> 네, 제가 초반에는 뭐 통증 같은 게 좀 사라지는 것 같은, 통증이 덜하고요. 그리고 또 간수치도 정상으로 나오고요. 두 달 있다 가서 또 했는데 나빠진 게 없고 좋아졌다고 나왔어요.
◇ 김현정> 게다가 식욕도 많이 돌아왔다면서요, 초반에는?
◆ 김철민> 식욕도 좋아지고 노래 목소리도 돌아오고 그래서 이제는 나한테 진짜 희망이구나 해서 제가 간수치가 이렇게 좋아지고 다 정상으로 나왔다. 그렇게 저를 또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래서 그분들한테 좀 제가 체험하는 걸 그대로 전달해 드리려고 제가 (SNS에) 올렸거든요. 그게 또 기사가 되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다가 욕심이 생긴 거죠, 그러니까. 3개월 복용하고 욕심이 생겨서 그 후로 펜벤다졸 열풍 열기다 보니까 사기도, 구하기도 힘들고.
◇ 김현정> 그 당시에는 그랬어요. ‘펜벤다졸이 효과가 있다더라’는 얘기가 김철민 씨로부터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암 환자분들 사이에서 바람이 분 거예요. 이거 뭐 돈이 드는 비싼 것도 아니고 ‘그럼 나도 한번 해 보자’ 이런 바람이요.
◆ 김철민> 네. 구하기도 힘들어서 저는 나름대로 또 그때 알벤다졸이라고 또 사람이 먹는 구충제를 그게 좋다고 해서 펜벤다졸 구하기 힘드니까 사람이 먹는 알벤다졸, 그게 또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거예요.
◇ 김현정> 개 구충제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도 같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복용하셨어요?
◆ 김철민> 네, 그래서 저는 오전에는 알벤다졸 먹고 오후에는 펜벤다졸 복용한 거예요. 그리고 용량을 늘린 거죠. (원래) 일주일에 3일 먹고 4일 쉬었는데 닷새 먹고 이틀 쉬었어요. 욕심이 생긴 거죠. 이러다가 진짜 나을 수 있겠구나. 제가 단순하게 생각을 한 거죠.
◇ 김현정> 그랬군요. 한 3개월, 초반 3개월은 효과가 있는 듯이 식욕도 좋아지고 하다가 언제부터 ‘이건 아닌데’ 싶으셨어요?
◆ 김철민> 이게 한 5개월 정도 되니까 다시 간수치가 조금씩 오르고 그리고 또 암 전이됐던 데가 조금씩 더 크게 나타나고 좋아졌다 나빠졌다 그러지만 세 군데가 간이 퍼져 있더라고요.
◇ 김현정> 간에도 부담이 된 거군요, 그게.
◆ 김철민> 간에 그게 무리를 준 거죠. 그래서 제가 포기한 이유는 조 티펜스는 3개월 먹고 완치가 됐는데 저는 3개월 먹었는데 물론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현상도 있었지만 암을 죽이지 못 했다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6개월 지나니까 오히려 더.. 목 경추 5번도 암이 더 커지고 다른 데도 더 암이 더 생기고 그래서 간도 안 좋아지고 간수치도 많이 오르고 또 암 종양수치도 1650까지 올랐어요. 이게 최고 올랐을 때가 570인가 580대였는데요. 그래서 지금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해서. 왜냐하면 조 티펜스 같은 경우도 그분도 신약 개발에 참여도 했고 항암 하면서 의사 몰래 구충제를 수의사 친구를 통해서 그걸 얻어서 해서 나았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실제적으로 그게 항암으로 나은 건지 구충제로 나은 건지는 본인은 구충제로 나았다고 하지만.
◇ 김현정> 사실은 모르는 거죠.
◆ 김철민> 네, 저도 그걸 보고 우리같이 간절하고 또 4기일 경우에는 뭔가 잡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에 거기에 희망을 많이 걸어보는 거죠. 저 역시 거기에 완전히 올인을 한 거죠. 제가 이제 와서 생각하니까 그분이 만약에 신약 개발에 참여 안 했다면 거기에 더 신뢰도가 더 가고 구충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걸 읽을 수 있는데 느낄 수 있는데 같이 했기 때문에. 저도 역시 그분처럼 저도 항암을 하면서 같이 한 거거든요. 그래서 저도 지금 항암은 계속하고 있고요. 구충제는 중단한 상태고요.
◇ 김현정> 그러면 주치의께서는 펜벤다졸 복용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셨어요? 말리지는 않으셨어요?
◇ 김현정> 말리지는 않으셨어요? 주치의는?
◆ 김철민> 네.
◇ 김현정> 그런데 그 당시에 많은 전문가들이 ‘그거 간에 부담된다, 효과 입증된 건 없으니까 함부로 하지 마셔라’ 이런 경고들을 했을 텐데 또 (주치의가) 그러지는 않으셨네요.
◆ 김철민> 워낙 제가 말기고 그냥 또 제가 더 희망을 너무 걸고 있으니까. 그리고 또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까 그냥 말리고 싶겠지만 그냥 말씀은 안 하신 것 같아요, 그냥.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 김철민> 최근에 수술을 하러 갔을 때는 제가 안 하는 걸 알고 있죠.
◇ 김현정> 이제는 뭐라고 그러세요, 주치의께서는?
◆ 김철민> 잘하셨다고. 왜냐하면 항암에도 내성이 오게 되면 더 독한 항암을 쓸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김철민 씨가 8개월의 복용을 마치고 내놓은 결론은, 지금 쭉 말씀하셨습니다마는.
◆ 김철민> 저는 암 환우분들이 한 160만인가 그렇대요.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제가 좋아지면 좋아졌다고 분명히 말할 거고 안 좋아졌으면 안 좋아졌다고 말할 거다. 왜냐하면 혹시 저를 보고 복용하는 분도 계실 거고 또 관심 있게 보고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분명 실패를 했고요. 지금 악화됐기 때문에, 안 좋아졌기 때문에 절대 저는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 김현정> 지금 굉장히, 굉장히 솔직한 말씀이세요. ‘나는 실패했다. 혹시 복용을 지금 할까 말까 고민 중인 분이 계신다면 말린다.’
◆ 김철민> 제가 다시 그런 입장에 돌아간다면 저는 안 할 거예요. 왜냐하면 절대 암을 죽이지 못했거든요. 만약에 우리 가족이 그런 일이 있다면 나는 반대할 거예요, 먹지 말라고 할 거예요.
◇ 김현정> 사실 김철민 씨를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하고 펜벤다졸의 약효가 있느냐 없느냐 이 논란을 떠나서 김철민 씨가 정말 툭툭 털고 일어나시기를 많은 분들이 기도했습니다.
◇ 김현정> 그거 느끼시죠?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계시는 거.
◆ 김철민> 네, 제가 진짜로 지금 저도 하루 하루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작은 기도가 이렇게 많아지면 저한테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지금 기적적으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도로 인해서요.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김현정> 사실은 여러분, 지금 김철민 씨 목소리만으로는 김철민 씨의 몸 상황이 잘 가늠이 안 되실 텐데요.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이세요. 그런데도 어쩌면 그렇게 목소리가 밝으세요, 김철민 씨?
◆ 김철민> 그런데 오늘 우리 김현정 선생님하고 통화가 돼서 그런지 모르지만 컨디션이 오늘 최근에 최고 좋은 날이에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제가 매일 전화 드려야겠어요, 그러면.
◆ 김철민> 감사합니다. 이게 오늘 목소리가 근래 보기 드물게 오늘 좋아요, 컨디션이요.
◇ 김현정> 너무 감사한 일이네요. 사실 많은 분들한테 웃음을 주는 분이셨잖아요. 노래도 잘하시고 기타도 잘 치시고.
◆ 김철민> 대학로 버스킹이라고 하잖아요. 거리 공연을 작년 쓰러지기 전에 한 30년째 했었거든요. 그랬는데 지금 마음은 항상 대학로에 가 있지만 몸이 안 따라주니까 기타를 들 수 있는 그런 여력이 안 되다 보니까 지금은 하루하루 그냥 기도하면서 살려달라고 기도할 뿐이죠.
◇ 김현정> 진짜 빨리 병 터시고 이 스튜디오에 오셔서 멋진 공연 한번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철민> 네, 코로나도 빨리 없어지고요. 제 몸도 좋아져서 제가 기타 들고 가서 제가 청취자 여러분한테 재미있는 개그와 노래를 해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곡명 하나 정하시죠. 뭐하시겠어요?
◆ 김철민> 나는 행복한 사람.
◇ 김현정> 김철민 씨, 지금 많은 암 환우 분들이 듣고 계실 거예요. 그분들에게 뭔가 힘이 되는 한 말씀 주신다면.
◆ 김철민> 김철민도 버티고 있다. 여러분,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하루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절대 희망을 잃지 마시고 열심히 버티고 버티면 좋은 약도 나올 거고요.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김철민도.
◇ 김현정> 김철민 씨 응원 드리고요. 우리 약속했습니다. 오셔서 멋진 공연, 나는 행복한 사람 들려주시는 거.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김철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대단히 고맙습니다.
◆ 김철민> 네, 고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김현정> 재밌는 분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뜻이겠죠. 펜벤다졸 나는 실패했습니다. 지금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드시지 마세요라는 용기 있는 고백을 오늘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김철민 씨 만나봤습니다.
(※ 김철민씨의 주치의 측에서는 치료 초기부터 펜벤다졸 등 동물 구충제의 복용을 만류해왔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