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관의 사망, 대선 판도 뒤흔든 까닭

美 대법원 보수화 저지, 영화 같은 시나리오
긴즈버그 사망후 공화당 지각변동, 시계제로

연방대법원 행사에 참여한 긴즈버그 대법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국 진보의 상징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사망 이후 미국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후임자 인선 문제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를 곧바로 지명하겠다고 공언했고, 민주당은 그러면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11월 대선 이후 새로운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공화당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종신직 미국 대법관, 무슨 권한이 있길래

(사진=연합뉴스)
새 대법관 인선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미국 대법원의 위상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미국의 대법원은 사회 갈등을 헌법적 잣대로 해석하는 곳이므로 미국적 가치를 형성하고 국가 질서를 다잡아가는 곳이다.

또 행정부가 만드는 여러 정책 또는 정치권에서 발생한 정치적 쟁점과 관련된 사건을 심사하는 곳이라 정책의 최종 결정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국의 대선이 사실상 직접 투표이지만 형식상으론 간접 투표라서 대선 이후 가끔씩 발생하는 잡음에 대해서 권위적인 결정을 내리는 곳도 대법원이다.

공립학교에서 기도와 성경읽기는 종교의 자유에 반하기 때문에 금지된 것, 동성간의 결혼이 허용된 것, 낙태가 합법화 된 것도 모두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법원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판결을 내리게 돼 있다.

기저질환자도 보험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무효로 선언한 하급심의 결정이 옳은지 여부, 종교적 신념상 동성애 결혼식에 케익을 제공하지 않은 빵가게에 대해 차별금지법으로 처벌해야하는지 여부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법원의 결정이 9명으로 구성된 '종신직' 대법관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살아있을 때는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이 4명이었다. 따라서 특정 이슈에 따라서는 이념적 구도와 다른 결정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케어의 경우 현재 존 로버츠 대법관의 경우 보수적 성향임에도 오바마 케어의 유지에 찬성하는 쪽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해 인준받으면 앞으로 대법관의 구성이 6:3으로 변해 보수 일변도의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를 사생결단으로 막아야 하는 처지다.

◇대법관 임명과 인준, 어떤 과정을 거치길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미국의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면 정식 임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장례식이 끝난 뒤 이번주 금요일 늦어도 토요일까지는 후임자 지명을 마치겠다고 밝힌 상태라 공은 벌써부터 상원에게 넘어간 상태다.


현재 상원의 인적 구성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7명이다.

이대로라면 인준이 확실시되지만 벌써부터 공화당에서 이탈자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리사 머커우스키(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을 공개리에 반대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의원이다. 미국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온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자를 임명하는 과정이라 여성의원들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콜린스 의원의 경우 이번 대선 때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 다시 도전한 상태다.

6년의 임기가 보장된 미국 상원의 경우 전체 100명 가운데 짝수해 마다 1/3씩 새로 선출하는데, 올해로 임기 6년째인 콜린스 의원은 올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다시 받아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녀는 후임 대법관 선정 이슈에 대해 지역 유권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가에서는 현재 '커밍아웃'을 선언한 이들 두 명의 의원 외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을 보여온 미트 롬니 의원도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롬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탄핵에 찬성했던 인물이다.

공화당에서 4명만 이탈표가 나오면 부결되기 때문에 매직넘버 1이 모자란 상황에서 NBC는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인 마사 맥샐리 의원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샐리 의원은 2018년 사망한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자리를, 선거를 치르지 않고 물려받은 경우다.

그녀의 잔여 임기는 다른 당선자와 달리 내년 1월이 아닌 선거직후 종료되기 때문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되면 그가 애리조나주 법에 따라 11월 30일 이전에 상원의원에 취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대법관 인준 표결은 52:48로 대결하게 되는데,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맥샐리 의원이 민주당 후보 마크 켈리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긴즈버그 후임자를 대하는 여성의원들 고민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트럼프의 대법관의 임명을 공개리에 반대한 여성 의원 2명 외에 공화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가운데 추가로 이탈자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현재 53명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가운데 여성의원은 총 9명이다.

이 같은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은 신임 대법관을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 단계부터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선거 이후 대법관 정원을 아예 13명으로 늘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 오르고,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게 되면 진보성향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1869년 대법관 숫자를 7명에서 지금의 9명으로 늘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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